비틀즈 해체 후 존 레논이 내놓은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1971년에 발매되어 미국과 영국 음반 차트 1위에 올라 레논의 앨범 가운데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음반으로 꼽힌다. 달콤한 선율과 유려한 가사 등이 난해하지 않고 친근해 청취자의 귀에 착 와서 감긴다. 비틀즈 시절의 동료 조지 해리슨(기타)을 비롯, 클라우스 부어만(베이스), 앨런 화이트(드럼), 니키 홉킨스(피아노), 짐 고든(드럼), 킹 커티스(색소폰), 배드핑거의 조이 몰랜드(기타)·톰 에반스(베이스) 등이 녹음에 참여했다.
표제곡 'Imagine'은 한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 음반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이다. 레논의 유토피아적 상상력을 짐작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종교, 인종 등의 분별이 얼마나 무의미하며 평화를 향한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호소하는 가사를 쉽고 평화로운 멜로디에 담아냈다. 무정부주의, 무신론, 무소유, 반전 등을 호소하는 가사 때문에 한때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에서 금지곡이 되었지만 9.11 테러를 계기로 이 곡에 대한 수요가 폭주하면서 새롭게 세계인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비틀즈가 해체된 다음 가장 성공한 뮤지션은 폴 매카트니일 것이다. 발표한 음반이나 히트시킨 곡의 수에서 레논은 매카트니를 따라가지 못한다. 근면한 작곡가이자 가수라는 점에서 매카트니는 초인적이다. 다만 레논은 음악에 실어 보내는 메시지의 심오함이라는 면에서 주로 사랑과 행복을 노래한 매카트니에 비해 덜 상업적이고 더 철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앨범 Imagine은 이러한 약점 또는 콤플렉스(이러한 것들은 대개 팬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감정이다)를 해소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이로니컬한 점은, 무소유의 미덕을 외치는 평화주의자가 호화로운 방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두들기는 모습이 까칠한 대중의 눈에 곱게 비칠 리 없었다는 것 그리고 비틀즈이 동료였던 매카트니를 호되게 깎아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레논은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야유와 무관하게 Imagine이 평화를 염원하는 자신의 소명의식에 ‘사탕발림’을 한 음반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타이틀곡 Imagine은 최근 파리 올림픽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에 울려 퍼져 화제를 모았다. 여자부 결승전에서 선수들의 언쟁을 벌이는 등 긴장이 고조되자 장내 DJ가 Imagine을 틀어 한 순간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장면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3세트에서 캐나다의 브랜디 윌커슨과 브라질의 아나 파트리시아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언쟁을 벌여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이때 Imagine이 장내에 울려 퍼졌고, 선수들은 곧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를 깨닫고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관중들도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