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국내 산업은 영업실적이 개선되지만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 시장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올해보다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일부 분야에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20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의 '2025년 일반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금리, 환율, 원자재 등 거시경제 여건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로 인해 내년 국내 산업의 영업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 실적은 개선...성장은 아쉬움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금리와 환율 등 각종 금융 지표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방향성이 뚜렷해 한국 금리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소비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로 실질 구매력이 개선되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올해 부진했던 내수·서비스 업종이 소폭 회복될 것으로 하나금융연구소는 전망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되면서 반도체와 조선 등 고부가치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의 영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성장세는 올해보다 약화될 것으로 봤다.
주요 산업별로는 반도체, 이차전지, 통신, 소매유통 등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나, 자동차, 해운, 정유 등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은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美 대선 결과에 따라 이차전지 등 영향 불가피
하나금융연구소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트럼프 재집권 시 친환경에너지, 공급망 재편, 무역정책 등에서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하나금융연구소는 트럼프 대선 승리 시 국내 이차전지, 철강, 태양광,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또는 폐지)에 따른 이차전지, 전기차 산업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또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으로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수출 위축 등도 예상했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25년 국내 산업은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종별,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극화와 저성장...우로보로스의 딜레마
하나금융연구소의 보고서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단어는 '양극화'다. 하나금융연구소는 팬데믹 이후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과거보다 심화되고 있다면서 성장 기회가 있는 일부 분야에서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저성장으로 인해 양극화가 발생하고 양극화로 인해 저성장이 심화되는 ‘우로보로스의 딜레마’가 국내 산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로보로스의 딜레마는 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을 말하며, 무한하게 반복되는 자기순환 구조에서 발생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오유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산업 양극화, 기업 양극화, 소비 양극화를 지적했다. 우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이 집중되는 반면 내수 중심의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기회나 미중 갈등도 산업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실적과 생산성 격차, 기술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소비 역시 저성장 시대에 벌어진 소득격차와 고령화가 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 회복의 힘을 희석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경우 전반적인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연구위원은 “저출생 대책 강화, 중소 및 중견기업 지원 확대,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산업 및 기업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