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여자양궁 단체전 10연패를 계기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양궁협회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19일 경영학계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이 양궁을 통해 보여준 경영 리더십의 핵심 요소는 대담성, 혁신성, 포용성이다.
정 회장이 양궁협회를 국내 스포츠 단체 중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던 것은 협회를 기업처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에 적용하고 있는 대담성과 혁신성, 포용성이라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을 협회 운영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의 양궁 경기력을 달성했고, 비인기 종목임에도 대중적 신뢰와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 특히 올림픽과 같은 국제 대회는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정 회장은 '한국 양궁의 중장기 발전'이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본질적인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경영철학을 양궁협회에 접목시켰다. 대담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양궁협회는 지연과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3차에 걸친 선발전과 2번의 평가전을 통과해야 한다. 오롯이 과녁에 꽂힌 점수만이 기준이 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과거 명성은 통하지 않는다. 누구나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혁신성 또한 대한민국 양궁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지난 2012년 런던 대회 직후 양궁에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지 검토하자"는 제안을 했다. 2016년 리우대회 때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첨단 신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로봇도 등장했다. 선수들은 로봇과 경쟁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도쿄대회 때부터 양궁 경기에 ‘심박수 중계’가 도입되자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스킨십 경영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양궁인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조직 내 소속감 형성과 신뢰를 구축했다.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과 같이 현장경영을 중시한다. 세계 어디든 직접 찾아가 현장이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한다. 양궁 역시 마찬가지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주요한 국제 대회는 모두 참석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양궁인들과의 스킨십은 구성원 개개인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포용의 의미가 담겨 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의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과 협회간 역할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파리대회 전 종목 석권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며 “협회도 정의선 회장의 진심, 철학, 원칙들이 왜곡없이 온전히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 농구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교 시절 농구 코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