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정부가 라닌 국립공원 내에 있는 '라파스테라' 체 게바라 박물관(이하 박물관)을 운영해온 공무원 노조(ATE)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다고 발표, 사실상 박물관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8일(현지시간) 체 게바라를 '테러리스트'라고 칭하면서 "이 박물관을 유지·관리하는 것은 국가 재원을 사용하여 이 테러리스트의 삶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박물관 폐쇄조치를 정당화했다.
박물관을 15년 이상 운영해온 ATE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체 게바라와 해당 박물관의 인연을 무시하고 '이념적 편견'으로 결정한 조치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물관은 체 게바라를 기리는 박물관을 홍보하는 "아르헨티나에서의 체의 길"(Los Caminos de Che en Argentina) 이라는 프로그램의 일부로 운영돼 왔으며 이 프로그램에는 체의 생가를 비롯해 3개의 또 다른 체 게바라 박물관도 포함된다.
반면에 아르헨티나 국립공원청(APN)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크게 환영하면서, 공무원 노조가 이념적 이유를 부여하면서 국립공원 내 역사적 공간을 체 게바라 기념관으로 탈바꿈했다고 비난했다.
크리스티안 라르센 국립공원청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 결정을 축하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체 게바라는 결코 롤모델이 아니었다"라고 비판했다. 라르센 청장의 발언에 ATE는 지난 1990년 당시 정부가 라닌 국립공원의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으나 지역 주민들이 뭉쳐 이에 저항했고, 라파스테라는 이 저항에 대한 상징으로 혁명가 체 게바라 박물관으로 거듭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라르센 청장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국민 모두에게 속한 유산(라닌 국립공원)을 다시 팔아치우려 할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ATE는 또 이번 결정은 밀레이 정부의 역사에 대한 도발과 부정의 또 다른 사례로 이념적 편견을 확실히 드러냈다고 성토했다.
라닌 국립공원은 아르헨티나 남부 네우켄주에 자리 잡고 있으며, 총 41만 헥타르 규모로 아르헨티나에서만 볼 수 있는 화산, 산,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로 1952년 첫 번째 남미 여행을 시작했을 때 당시 목초지 창고였던 현재 라파스테라 박물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인연이 있다. 라파스테라는 스페인어로 목초지 창고란 뜻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