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지주가 우여곡절 끝에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마무리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5월 2일 정례회의에서 우리금융의 두 생명보험사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약 8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다.
이번 인수로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극심했던 그룹 구조에 변화를 주게 됐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3조 860억원 중 98%가 우리은행에서 나올 만큼 그간 비은행 부문 강화는 최대 과제였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이어 이번 생명보험사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우리금융은 자산 규모 약 585조원, 생보업계 6위권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
동양생명(지분 75.34%)과 ABL생명(지분 100%)의 자산을 합치면 52조원에 달해 업계 5위인 NH농협생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두 생보사의 지난해 합산 순이익은 4191억원으로, 우리금융의 수익구조 다변화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다.
인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파문 등으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불거지며,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는 등 자회사 편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개선, 자본비율 강화 등 혁신안을 제시하며 금융당국을 설득했고, 조건부 승인을 이끌어냈다.
우리금융은 5년간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과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에 1000억원을 투입하고 소비자보호 전담조직 신설, 준법 부문 확대 등 전방위 혁신을 약속했다.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회장 3연임 시 특별 주주총회 결의 등도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리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 영업 강화, 보험사 운용자산의 우리자산운용 위탁, 보험사 전용 상품 출시 등 다양한 협업이 기대된다. 특히 방카슈랑스 25%룰이 완화될 예정이어서 은행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보험 서비스 도입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해 고객 서비스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7월 초 두 생보사 주주총회와 경영진 선임을 거쳐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의 이번 인수로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가 한 곳 더 늘어나면서, 생명보험업계 중상위권 재편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후발주자인 만큼 우리금융이 공격적 영업과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카드·은행 등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한 수익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삼성·한화·교보 등 ‘빅3’ 체제가 여전히 견고해 단기간 내 업계 순위 변동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마진이 줄어든 상황에서 보장성 보험 확대보다 계열사 시너지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기업문화 개선과 혁신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내부통제 강화 등 조건 이행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