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7개월 연속 확대되며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대폭 낮추는 반면 대출금리는 소폭만 내리며 예대금리차를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판도 커지는 가운데, 은행의 수익성은 개선되는 반면 예금자와 대출자의 체감 고통은 심화되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25년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3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2.84%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출금리는 연 4.36%로 0.10%포인트 내렸다.
예금과 대출 모두 금리가 내렸지만, 예금금리 하락 폭이 대출금리보다 더 컸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는 1.52%포인트로 전월(1.49%포인트)보다 0.03%포인트 더 커졌다. 이로써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9월(1.22%포인트) 이후 7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도 2.25%포인트로 전월(2.24%포인트)보다 0.01%포인트 늘었다. 이는 2023년 말(2.29%포인트)과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가장 큰 원인은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와 시중 유동성 증가에 맞춰 예금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리고 있지만, 대출금리의 하락 폭은 신용대출 비중 증가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중 유지 등으로 제한적이다.
실제로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4.17%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4.15%로 0.07%포인트 내렸지만, 변동형은 4.25%로 변동이 없었다. 가계대출 전체 금리는 4.51%로 0.01%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비중이 늘고, 금리가 낮은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비중이 줄면서 전체 대출금리 하락 폭이 제한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시기 저금리로 대출했던 고정금리 상품이 최근 변동금리로 전환되면서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 하락기에는 통상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빠르게 내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대출금리보다 3배 빠르게 내리며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2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분 아래 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은행 이자이익의 약 40%가 예대금리차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개선되는 반면, 예금자는 이자 수익이 줄고 대출자는 여전히 높은 금리 부담을 안게 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중고가 심화되는 구조다.
비은행 금융기관(상호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역시 예금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상호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는 2.98%로 0.12%포인트, 신협 3.29%로 0.07%포인트, 상호금융 3.06%로 0.11%포인트, 새마을금고 3.31%로 0.07%포인트 각각 내렸다. 대출금리의 경우 상호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하락했으나, 신협과 상호금융은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