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과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빚을 내는 청년이 급증하면서 상환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에서 청년층 비중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대출을 다 갚지 못하는 가구가 45만 가구를 넘은 가운데, 이 가운데 3가구 중 1가구 이상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우리나라 고위험가구는 45만 9천가구로, 1년 전(38만 6천가구)보다 18.9%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96조 1천억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6.3%를 차지했다. 1년 새 규모는 72조 2천억원에서 24조원 가까이 늘었고, 비중도 4.9%에서 6.3%로 뛰었다.
고위험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버는 돈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데다, 집을 포함한 보유 자산을 전부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이들로, 금리가 오르거나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취약층이다.
눈에 띄는 점은 고위험가구 내 청년층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2025년 3월 기준 고위험가구 중 20~30대 청년층 비중은 34.9%로, 2020년(22.6%)에 비해 12.3%포인트나 확대됐다. 같은 기간 40~50대 중년층 비중은 59.8%에서 53.9%로, 노년층은 17.6%에서 11%대 초반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 고위험가구가 떠안고 있는 부채 규모도 최근 5년 새 급증했다. 2017년 3월을 100으로 봤을 때 청년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 지수는 2020년 134에서 2025년 3월 318로 약 2.4배로 뛰었다.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적은 청년 가구들이 청약·내 집 마련과 주식·코인 등 위험자산 투자를 위해 차입(레버리지)에 적극 나서면서, 다른 연령층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훨씬 가팔랐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1인 가구 증가와 세대 특유의 ‘빚 활용’ 성향도 청년층의 재무 건전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정호 한은 안정총괄팀장은 “결혼 기피, 주거 인식 변화 등으로 청년 1인 가구 자체가 빠르게 늘어난 데다, 청약 자격을 위해 독립 세대를 꾸리는 경우도 많다”며 “청년층은 과거 세대에 비해 부채 차입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DSR 규제를 통해 상환 가능 범위 내에서만 빌리도록 관리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산·부채 구조를 보면 고위험가구의 취약성은 더 두드러진다. 2025년 기준 고위험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2억 7천만원으로 비(非)고위험가구(6억 4천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평균 총부채는 2억 4천만원으로 비고위험가구(1억 6천만원)보다 많다. 자가 보유 비율이 낮아 임차보증금이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데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변동금리 비중이 큰 신용대출 비율(19.1%)도 일반 가구(10.4%)보다 높아 금리 변동에는 한층 더 취약하다.
한은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위험가구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지방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지연되는 가운데 금융자산 가격 조정까지 겹칠 경우 부채 증가 폭이 컸던 고위험가구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연령·소득·지역별 취약 계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레버리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