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징역형 받은 파나히 감독, 美 영화상 3관왕 차지

  • 등록 2025.12.03 09: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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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섬어워즈서 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오스카 수상 가능성 높여

 

이란에서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당국의 탄압을 받는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미국의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파나히 감독은 전날 뉴욕에서 열린 제35회 고섬 어워즈에서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원제: It Was Just an Accident)으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상식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작품상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차지했으나, 미 언론은 파나히 감독의 3관왕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NYT는 "이번 시상식의 진정한 큰 승자(big winner)는 비밀리에 촬영된 이란 영화"라고 평했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당국의 검열과 체포, 가택 연금, 출국 금지 등 갖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세계 유수 영화제를 석권해온 거장이다.

 

그는 '써클'로 2000년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로 2015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휩쓴 감독이 됐다.

 

그는 지난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고서 기자회견에서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는 없다. 영화 제작자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법원은 최근 파나히 감독의 '선전 활동' 혐의를 두고 궐석재판을 벌인 끝에 징역 1년과 출국금지 2년을 선고했다.

 

앞서 파나히 감독은 2010년 징역 6년과 영화제작·여행 금지 20년을 선고받은 뒤 이듬해 가택연금으로 완화된 형을 받았다. 2022년에는 당국에 다시 체포됐다가 이듬해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파나히 감독은 현재 영화 홍보를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다.

 

NYT는 '그저 사고였을 뿐'이 그간 한 번도 아카데미(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는 파나히 감독에게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유력한 국제장편영화상 부문뿐 아니라 감독상과 작품상 부문에서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관측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은 영화가 제작된 국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출품할 수 있다는 규정 탓에 파나히 감독의 작품이 그간 출품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그저 사고였을 뿐'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어서 프랑스 대표로 아카데미에 출품됐다.

 

내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는 한국 대표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출품된 상태다.

 

파나히 감독의 작품은 '어쩔수가없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권혜진 rosyriver@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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