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간질환 아동, 가려움 고통 끝…신약 건보 적용

  • 등록 2025.09.19 07: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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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개정안 10월부터 시행

 

밤낮없이 온몸을 긁어야 하는 고통에 시달리던 희귀 간질환 환아와 가족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 1일부터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 치료 신약인 '빌베이캡슐(성분명 오데비식바트)'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값비싼 약값에 대한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돼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은 영유아기에 주로 발병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간세포에서 담즙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담즙산이 간과 혈액에 쌓이면서 간 손상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환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피부를 파고드는 듯한 극심한 가려움증(소양증)이다. 이 가려움증은 일반적인 항히스타민제로는 조절되지 않아 아이들은 피부가 손상될 정도로 긁게 되고, 심각한 수면장애와 성장 부진,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간 이식까지 고려해야 했던 환자와 가족들에게 빌베이캡슐은 새로운 희망이 돼왔다.

 

이번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은 생후 3개월 이상의 PFIC 환자 중 두 가지 핵심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다. 첫째, 혈액 내 담즙산 농도가 100μmol/L 이상으로 높아야 하며, 둘째, 의사가 환자의 수면장애, 피부 손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가려움증 평가점수(CGIS)가 '보통(2점)' 이상인 중등도 이상의 가려움증을 겪고 있어야 한다. 다만, 이미 간 이식을 받았거나 비대상성 간경변 등 심각한 간 기능 저하가 있는 환자는 제외된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치료 효과에 대한 평가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처음 약을 투여한 후 6개월 시점에 치료 반응을 평가해 추가적인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혈청 담즙산 농도가 치료 시작 전보다 30% 이상 감소하거나, 담즙산 수치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더라도 가려움증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경우(평균 CGIS 점수 1점 이하 또는 1점 이상 감소)에는 계속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도 6개월마다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통과하면 지속적인 투여가 가능하다.

 

정부는 기존에 비급여나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빌베이캡슐을 투여받던 환자들을 위한 경과조치도 마련했다. 급여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들은 2026년 2월 28일까지 신청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했다.

 

빌베이캡슐은 '킴리아주', '졸겐스마주' 등과 같이 정부가 특별 관리하는 '고가의약품'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약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환자들은 간·담도 질환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처방받아야 하며, 병원은 환자의 치료 경과와 관련된 객관적인 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번 빌베이캡슐의 급여 적용은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고가 의약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연합뉴스)

권혜진 rosyriver@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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