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어린이 간병보험의 보장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은 지난 21일부터 15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의 보장 한도를 기존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췄다. 이는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손해율 급등과 도덕적 해이, 과잉 청구가 원인으로 꼽힌다.
메리츠화재도 같은 날부터 보장 한도를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였고, DB손해보험은 보장금액이 8만원을 초과할 경우 보험료를 5만원 이상 납입해야 가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도 보장 축소를 위한 공문을 설계사들에게 발송하며 업계 전반에서 보장 축소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가족이 직접 간병한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를 악용한 과잉 청구,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로 인해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맞벌이 가정 등에서 가족이 아이를 돌봐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 가벼운 질병에도 장기간 간병인 사용일당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자녀가 5일 입원 시 하루 15만원씩 총 75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개편 이후에는 최대 25만원으로 줄어든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어린이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의 손해율은 최근 2~3년간 100%를 훌쩍 넘기며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일부 보험사는 약관상 간이영수증이나 사업자등록증 등 형식적 서류만 제출해도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적 허점이 있었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보험금 청구가 급증했다.
금융당국도 지난해 11월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통해 실질적 간병 서비스 이용 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보험약관을 개선했다. 앞으로는 간병인 고용 계약서, 간병 서비스 영수증, 간병근무일지 등 추가 증빙서류 제출이 의무화되어 가족 간병 등 실질적 서비스가 없는 경우 보험금 지급이 제한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병보험의 취지는 입원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가족 간병에도 보험금이 지급되는 점을 악용한 청구가 늘어나 손해율이 급증했고, 보장 한도 축소와 증빙 강화 등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장기적으로도 보장 축소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간병비는 국민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에서 보장되지 않아, 보장 한도 축소로 인해 환자 가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 소비자들은 상품 가입 시 보장 한도와 청구 요건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