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보험사 예별손해보험(옛 MG손보)의 매각이 또다시 난항을 겪는 가운데,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한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의 행보가 보험업 M&A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전날(16일) 진행한 예별손보 공개매각 본입찰에서 예비인수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영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 중 한투지주만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유효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입찰은 유찰됐다.
예보는 “단독 응찰자를 포함한 잠재 매수자의 인수 의사를 추가 확인하고, 매각 가능성이 인정되면 재공고 입찰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별손보는 예보가 MG손해보험 부실 정리를 위해 100% 출자해 설립한 가교보험사로, MG손보의 151만 건 보험계약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민간 보험사로 전환되지만, 무산될 경우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로 계약의 분산 이전이 진행된다.
관심은 한투지주의 움직임에 쏠린다. 한투지주는 최근 보험업 진출을 통한 그룹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하며 롯데손보와 KDB생명 실사에 이어 예별손보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바 있다.
김남구 한투지주 회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내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가운데 시너지가 큰 분야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별손보 단독 응찰이 김 회장의 ‘연내 인수’ 발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한투지주의 보험업 진출 의지를 분명히 확인한 사례로 받아들인다.
다만 예별손보의 경우는 인수에 상당한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장기보험 부문의 높은 손해율과 낮은 수익성이 여전히 리스크로 꼽힌다. 하나금융과 JC플라워가 본입찰 참여를 포기한 배경에도 이런 재무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별손보는 인력 250명 수준으로 줄이고 1000억 원 규모의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예보는 단독 응찰의 경우 수의계약이나 재입찰을 검토할 방침이다. 매각이 최종 무산될 경우 예정대로 5대 손보사에 계약 분산 이전 절차가 진행된다. 예보 관계자는 “공개매각 여부와 관계없이 예별손보의 보험계약은 기존 조건 그대로 유지된다”라며 “계약자 보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예별손보 매각 결과는 현재 추진 중인 KDB생명과 롯데손보 매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시장은 본다. 산업은행이 99.7%의 지분을 보유한 KDB생명은 최근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7번째 매각 절차에 착수했으며, 매각 공고는 이르면 4월 중 나올 예정이다. 롯데손보 역시 지분 77%를 보유한 JKL파트너스가 이달 내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하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투지주의 보험사 인수 시도는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수익 구조 다변화와 그룹 내 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를 겨냥한 것”이라며 “KDB생명과 롯데손보의 매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인수 의지가 강한 한투지주가 올해 보험사 M&A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