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금융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9일 발표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전(全) 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CEO들과 함께 소비자보호 중심의 경영 문화 확립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KB·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은행장을 포함한 19개 주요 금융회사 대표가 참석했다.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 전 업권을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표된 모범관행은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는 대표이사 주재로 반기별 최소 한 차례 이상 대면 회의를 개최해야 하며, 후속 조치 이행 여부는 전산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CCO)은 전문성을 확보한 인물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선임해야 하며, 임기도 최소 2년 이상 보장된다.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겸직은 금지된다.
성과보상체계(KPI) 설계 또한 단기 영업 실적보다 소비자 이익을 우선 반영해야 하며, 민원 발생 및 불완전판매 패널티를 반영해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금융지주회사에는 자회사 경영 평가 시 소비자보호 지표를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는 금융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홍콩 ELS 사태에서 보듯 거버넌스 실패가 대규모 비용과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 예방 중심의 체계 구축은 불가피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최고경영진의 낮은 관심과 이익 중심의 경영으로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라며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각 회사의 업무 체계와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점검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금융 민원과 민생금융범죄 대응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 민원은 2022년 8만7천 건에서 2024년 11만6천 건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이 원장은 “민원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되려면 금융권의 자체 민원 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라며 “특히 대통령 공약인 ‘편면적 구속력 제도’는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만큼 적극 협력해 달라”라고 말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소액 금융분쟁에서 소비자가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락하면 금융사도 반드시 이를 이행해야 하며, 별도의 소송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날 간담회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BNK부산은행을 비롯해 애큐온·KB저축은행, 한화·교보·삼성생명, 메리츠·DB·현대해상, 하나카드, 한국투자·미래에셋·KB·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금융사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업계는 거버넌스 강화를 통한 신뢰 회복 필요성에 공감하며, 소비자보호 인력과 전문성 강화, 우수 금융사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건의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논의된 모범관행을 업계에 확산하고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관련 법규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거버넌스 관련 비중을 상향 조정하고, 우수 금융사에는 포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병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