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매력' 리스본, 푸니쿨라 참사로 '노후 인프라' 노출

  • 등록 2025.09.05 10: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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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도입 구식 소재 차체가 피해 키워…관광객 급증에 '과부하'
"신소재 사용해 전차 교체 등 투자해야"…지진 다발도 불안 요인

 

한국인 2명을 포함해 16명이 사망한 포르투갈 리스본의 전차 푸니쿨라 탈선 사고로 고풍스러운 매력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면서도 노후한 인프라에 의존하는 도시의 취약점이 극명히 노출됐다.

 

푸니쿨라는 언덕이 많은 리스본 도심의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리는 전차다. 리스본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이자 연간 350만명 이상 이용하는 관광 명물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사고는 지난 3일 푸니쿨라 글로리아 노선의 256m 경사 아래쪽 커브 구간에서 전차가 선로를 이탈해 건물과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처참하게 찌그러진 전차 안에 승객들이 갇히고 연결 케이블은 끊어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당국이 조사 중이지만, 푸니쿨라가 탄소섬유 같은 신소재가 아닌 구식 소재로 제작된 점이 피해를 키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르제 실바 포르투갈 재난방재 기술 전문가 협회 부회장은 로이터에 "1914년 전기화 이후 지금까지 사용된 금속과 목재 대신 탄소섬유 같은 신소재로 전차가 만들어졌다면 충돌의 파괴력이 줄고 사망자도 적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품은 일반 운행과 흔들림을 충분히 견디지만 탈선 사고의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되지는 않았다"며 "역사적 외형은 유지하더라도 더 현대적인 신소재를 사용해 전차를 교체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번 사고 조사에서 전차를 작동하는 '펜듈럼 케이블 시스템'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짚었다.

 

푸니쿨라는 40명 안팎을 태울 수 있는 전차 두 대가 케이블로 연결돼 교대로 언덕을 오르내리며, 전동 모터가 케이블을 잡아당기는 구조다.

 

이는 오랫동안 검증된 기술이지만 사고가 일어난 글로리아 노선의 경우 '관광 붐'을 타고 지난 10년 간 승객이 3배로 늘며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포르투갈 교통노조 연맹의 마누엘 레알 위원장은 현지 방송에 "노동자들이 케이블 장력 문제로 제동이 어려워졌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문제를 이번 사고 원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들도 오르막길에서 전차를 끌어 올리고 내리막길에서 제동하는 케이블이 손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푸니쿨라 운영사 카리스는 모든 유지·보수 절차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용객이 급증한 상황에서는 더 철저하고 빈번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진 다발 지역인 리스본에서 1755년 리스본 대지진 같은 대규모 지진이 재발할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1755년 직후 지어진 도심의 많은 주택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내진 구조를 적용했지만, 최근 개조 과정에서 본래의 내진 기능이 손상됐을 수 있다고 여러 엔지니어는 경고했다.

 

포르투갈에서는 1958년 이후 신축 주택에 내진 구조가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오래된 건물 리모델링에는 추가 내진 보강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번 푸니쿨라 탈선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한국인 2명을 포함해 16명이고, 21명의 부상자 중 5명은 위중한 상태다.

 

주포르투갈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현지 당국이 한국인 2명의 사망을 확인했다면서 "주재국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현장 방문을 포함해 피해를 본 우리 국민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사고 다음 날인 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루이스 몬테네그루 포르투갈 총리는 "이 비극은 국경을 넘어선 것"이라며 "이는 우리 최근 역사상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라고 애도했다.(연합뉴스)

권혜진 rosyriver@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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