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년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대로 인하했지만,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만 빠르게 내리고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0.25%포인트 내린 연 2.75%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째 인하로, 202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는 연 3.07%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연 4.65%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4.25%에서 4.27%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25일 기준 연 3.468~5.97%로, 지난달 말 대비 하단이 0.168%포인트, 상단이 0.05%포인트 높아졌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07%로 전월 대비 0.13%포인트 하락해 2%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6개월 만기 평균 금리는 이미 2%대로 내려온 상태다.
다만 새마을금고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새마을금고에서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로 연 4%를 제공하고 있으며, 3.5~3.7% 수준의 금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상호금융권의 수신 잔액은 1년 새 30조979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대출금리 인하 메시지를 잇달아 내고 있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올해는 연말의 부담이 떨어지는 상황이고 기준금리가 두 차례 내려온 시간이 지났다"라면서 "2월에 또 (기준)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이제는 (대출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20개 은행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상품별로 준거금리, 가산금리 변동 내역,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덜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이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 인하된 기준금리가 가계·기업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맞춰 주요 대출의 가산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1.46%포인트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5개월 연속 확대된 것으로, 예금 금리 하락 폭이 대출 금리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과 소비자들은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대출금리에 신속히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은행들의 대응은 여전히 더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