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소득' 불평등이 아닌 '자산' 불평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집값 상승으로 계층 간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소비와 결혼, 출산 등 우리 사회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그룹 신한미래전략연구소(이하 연구소)는 8일 ‘집값이 안정되면 달라질 것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불평등은 더 이상 소득의 문제가 아닌 자산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복지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던 소득 격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7년 소득 지니계수가 0.352에서 지난 2024년 0.325로 축소됐다. 연구소는 하지만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면서 이는 소득이 아닌 자산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순자산 지니계수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인 0.625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자산 불평등은 곧 부동산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순자산 상위 20%가 전체 순자산의 65%를 점유하고, 하위 40%는 4.8%에 그치는 구조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소는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집중된 국내 자산 구조에서 주택 가격 상승이 자산 격차 확대와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며 소비 위축 등 가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그러면서 부동산 불평등 심화는 주거 불안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직접 악화시킨다고 직격했다.
연구소는 대표적인 수치로 PIR(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를 언급했다. 한국의 PIR는 24.1배라는 것. 이는 중위소득 가구가 소득 전액을 저축해도 내 집 마련까지 24년 이상 걸린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주요국의 PIR과 평균소비성향을 비교하면 주택 가격 부담이 높은 나라일수록 소비성향이 낮아지는 음(-)의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부담이 가계 지갑을 조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주택 가격 부담 완화가 소비여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집값이 상승해도 소비자 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묶어 있어 주택 가격이 올라도 장부상 자산만 늘뿐 가용 현금은 부족한 구조라는 것이다.
연구소는 '부유한 유동성 제약 가계(하우스푸어)'가 전체 가구의 약 20%이며, 특히 39세 이하 청년층에서 그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부동산 레버리지 중심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를 갉아먹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경우 청년 및 중년층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또 결혼과 출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주택 마련'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주거 부담이 완화되면 결혼을 결정하는 경제적 장벽이 낮아져 미혼 청년들의 결혼 의향이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연구소는 예상했다.
연구소는 특히 주택 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만큼 주거 안정이 출산 여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주택 가격 안정이 금융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청년 및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여유자금이 금융상품 수요로 확대될 수 있다 예상했다.
또 고령층에서는 다운사이징, 주택연금, 상속·증여 등과 관련한 금융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주거비 부담 완화는 소비 회복과 결혼·출산 여건 개선 등 가계의 삶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신한금융은 가계의 자산 형성과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금융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