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공계 석·박사급 인재 10명 중 4명 이상이 해외 이직을 고려하거나 실제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체류 과학기술인과 국내 인력 간 연봉, 근무 환경에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는 가운데, 금전적 보상과 연구 생태계 불만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은 3일 ‘이공계 인재 해외 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체류 중인 이공계 석·박사 19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9%가 향후 3년 내 외국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5.9%는 실제로 구체적 이직 계획을 수립했거나 인터뷰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분야별로는 바이오·제약·의료기 분야의 이직 고려 비율이 48.7%로 가장 높았고, IT·소프트웨어·통신(44.9%), 조선·플랜트·에너지(43.5%) 등 전통적 경쟁력 분야조차 40%를 넘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72.4%), 30대(61.1%), 40대(44.3%) 순으로 해외 이직 의향이 강했고, 특히 30대 중 10.4%가 실제 해외 이직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공계 인재들이 해외 이직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 등 금전적 요인(66.7%), 연구 생태계와 네트워크(61.1%), 기회 보장(48.8%), 자녀 교육(33.4%), 정주 여건(26.1%) 등이었다.
실제로 해외 체류 이공계 인력의 연구 환경 및 근무 여건 만족도는 국내 체류자의 약 1.5배에 달했다. 근무 경력에 따른 평균 연봉 비교에서도 해외 거주자는 13년 차에 36만 6천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국내 인력은 19년 차에 12만 7천 달러로 정상에 이르러 격차가 컸다. 이러한 임금 구조는 중간 경력 이후에도 해외와 국내 간 금전적 보상 차이가 계속 유지됨을 뜻한다.
금전적 요인뿐 아니라 비금전적 요인의 역할도 컸다. 연구환경과 근무 조건, 고용 안정성 등이 해외 이직 의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석사급 인력의 경우 승진기회와 연구환경 개선이, 박사급 인력은 고용 안정성과 자녀 교육 여건 개선이 해외 이직 의향 억제에 더 큰 효과를 보였다. 전공별로는 바이오와 IT 등 신성장 분야에서 연구환경과 자녀 교육 요인의 영향이 뚜렷했고, 전통 분야에서는 고용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증 분석 결과, 소득·고용안정·승진기회 만족도가 5점 척도 기준 1단위 상승할 때 해외 이직 확률은 각각 4.0%포인트, 5.4%포인트, 3.6%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명확한 경력 사다리와 보상 체계 개선이 인재 유출 방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준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성과에 기반한 유연한 임금·보상체계 도입과 함께 정부 차원의 세제 인센티브 및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석사급 연구 인력이 국내에서도 예측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경력 트랙 마련과 해외 연구기관·연구자와의 교류 확대 등 연구·개발(R&D)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해외 경험 인력이 국내 생태계로 다시 편입될 수 있는 순환형 구조를 구축하고, 기술창업과 전략기술 분야의 개방·확충을 통해 혁신 생태계 기반을 넓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