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몸캠피싱 조직 역할은?

  • 등록 2023.04.20 20: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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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 피해자→보이스피싱·대출사기 '공범'

몸캠(Body cam)과 피싱(Phishing)의 합성어인 몸캠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몸캠피싱은 공격자가 사이버 공간에서 남성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음란 행위를 하게 한 뒤, 이를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범죄를 일컫습니다. 본지는 올해 사이버 범죄 예방을 위해 비영리단체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장(現 디포렌식코리아 대표) 기고문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몸캠피싱 조직을 알고 미리 대비한다면 큰 피해 없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몸캠피싱 조직을 역할에 따라 구분해 보자.

 

△전체 범행을 계획 및 지시하는 역할(총책) △랜덤채팅이나 대화방에서 여성을 가장해 피해자를 화상채팅으로 유인하는 역할(유인책) △피해자와 음란 화상채팅을 하고 악성코드를 설치하게 하는 역할(채팅팀) △녹화된 영상과 주소록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역할(공갈책) △자금의 입출금을 총괄하는 역할(자금책) △자금책의 지시에 따라 입출금한 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인출책) △인출책으로부터 전달받은 자금을 총책에게 전달하는 역할(수거‧전달책)로 나뉜다. 대부분의 범죄자는 각자 하나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


소재지에 따라 구분하면 해외 조직과 국내 조직으로 나눌 수 있다.

 

총책과 채팅팀, 공갈책, 자금책 등 핵심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대부분 중국 등 해외에 있으며, 국내에는 자금인출 및 수거전달 등 국내 활동에 필수적인 역할만을 두고 있다.

 

국내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으로 검거되는 사례가 많아 중국 등지에서 단기 비자를 받아 입국한 외국인이 짧은 기간 범행을 마치고 다시 귀국하는 방식을 사용해 검거를 회피하거나, SNS 등을 통해 ‘인출 알바’, ‘이체 알바’ 등의 명목으로 국내인을 계속 모집하는 방법으로 인출책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검거된 인출책은 범죄조직의 구성이나 전체 범행과정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범행 가담 정도가 크지 않아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최근 인출책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이체 알바 등의 실체가 널리 알려지면서 인출책의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져 가고 있다.

 

이에 몸캠피싱 피해자에게 금전 요구와 함께 인출책 등으로 활동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몸캠피싱’의 피해자가 가해자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각종 범죄에 동조한 혐의로 처벌받게 됐다.

 

지난 9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형사8단독 김범준 판사는 지난달 22일 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4)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B(25)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텔레그램으로 연결돼 돈을 받아 전달하는 수거책으로 일하기로 하고 2021년 12월과 이듬해 1월 '저리로 대출해 준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2명에게 1천400만원을 받아냈다.

 

은행 직원 역할을 한 B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이 돈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보내지 않았다.

 

2021년 7월엔 경기 의정부시의 다세대주택을 B씨 이름으로 전세 계약해 이를 근거로 은행에서 약 1억원의 전세자금을 빌린 뒤 계약을 취소하고 대출금을 챙겼다.

 

A씨는 또 비슷한 시기에 페이스북으로 접촉한 대포폰 업자에게 B씨의 신상정보를 넘겨 대포폰 17대를 개통하도록 해 그 대가를 챙겼다.

 

A씨는 2022년 1월엔 B씨의 계좌, 네이버 ID 등 개인정보를 이용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게임기를 판다고 허위 글을 올려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2차례에 걸쳐 약 143만원을 챙겼다.

 

이처럼 B씨가 A씨가 주도한 범죄에 '도구'처럼 이용될 수 있었던 것은 A씨가 저지른 몸캠피싱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B씨는 자신의 신체 촬영물을 가진 A씨의 범행 가담 요구에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알면서도 수거금액을 빼돌리기 위해 조직적, 계획적 범행에 가담하고 몸캠피싱으로 B씨를 유인해 사기 범행에 가담하게 한 뒤 범행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B씨에 대해서는 A씨에게 몸캠피싱을 당한 뒤 채무를 갚으려고 범행에 가담했고 범죄수익 대부분을 A씨가 챙긴 데다 B씨의 몫도 몸캠피싱으로 떠안게 된 빚을 갚는 데 썼다며 정상을 참작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걸 디포렌식코리아 대표

김현걸 대표 desk@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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