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 영업점에서 신탁이나 펀드에 가입할 때 1시간가량 걸리던 시간이 내년부터 30~40분 안팎으로 줄어든다. 소비자가 작성하는 서류는 17종 안팎에서 10종 안팎으로, 자필서명은 17회 안팎에서 3~6회로, 손으로 옮겨 적는 덧쓰기는 163자에서 51자 수준으로 각각 축소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와 함께 마련한 투자성 상품 가입절차 합리화·간소화 방안을 3일 발표했다.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의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가입시간을 최대 절반까지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금감원이 제시한 감축 폭은 가입서류가 7종으로 41%, 자필서명이 14회로 82%, 덧쓰기가 112자로 69%에 이른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판매규제가 계속 강화돼 왔음에도 현장에서는 소비자보다 판매업자를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이해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형식적인 설명의무 이행에 집중해 왔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옮겨 적는 덧쓰기를 두고는 핵심·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인지시킨다는 본연의 목적보다 금융회사의 면피용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명 역시 이해 여부를 체크하는 단순한 의사 확인으로 충분한 사항에까지 요구돼 왔다고 봤다.
투자성 상품 판매절차는 계좌개설과 적합성·적정성 평가, 투자권유·상품설명 및 계약체결의 3단계로 구분되며 계좌개설 단계에서만 거래신청서와 계좌개설신청서 등 5~7종이, 소비자 정보 파악과 성향 분석 단계에서 5~6종이 작성된다. 서류마다 근거 법령도 제각각이어서 거래신청서는 금융실명법, 금융거래목적확인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고객(거래)확인서는 특정금융정보법, 본인확인서는 국제조세조정법에 각각 근거를 두고 있다. 투자자정보 확인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적합성 보고서는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권유준칙을 따른다. 법규가 제정되거나 개정될 때마다 금융회사가 양식을 새로 만들고 고쳐 온 결과 소비자가 작성해야 하는 서류는 17종까지 늘어났다.
서명과 덧쓰기 부담은 회사에 따라 편차가 큰 데다 서류 한 장 안에서도 차이가 난다. 투자자정보 확인서와 상품설명서 및 주요내용 확인서, 계약서·가입신청서는 각각 1~7회의 서명을 요구하고 있다. 덧쓰기 글자 수 역시 계약서·가입신청서가 7~174자, 투자자정보 확인서가 5~92자, 부적합 상품 거래 확인서가 30~91자에 이른다.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하려면 78~125자를, 증권사 공모펀드에 가입하려면 107~301자를 옮겨 적어야 하는 사례도 있다.
개선안은 가입서류를 기본서류와 부속서류로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계약 체결에 필수적인 거래(계좌개설)신청서와 투자자정보 확인서, 계약서·가입신청서 및 주요내용 설명 확인서 3개를 기본서류로 정하고 나머지 법규 준수용 서류는 부속서류로 분류한다. 부속서류에는 필수사항 위주로 내용을 간결하게 적도록 하고 자필 서명란은 원칙적으로 삭제한다. 소비자가 기본서류에 한 차례 서명하면 사전에 확인한 부속서류는 별도 서명 없이 처리하는 일괄서명 방식이 적용된다. 하나의 서류에서 항목마다 서명을 받던 관행도 없애 소비자가 확인이 필요한 항목을 체크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한 번만 서명하도록 바꾼다.
최종 가입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숙려제도 확인서는 계약서나 주요내용 설명 확인서에 포함시킨다. 고령투자자 상담확인서와 유의상품 가입확인서, 지정인알림서비스 신청서, 지정인확인서비스 신청서, 조력자 지정신청서, 초고령투자자 조력제도 등 여섯 갈래로 나뉘어 있던 고령자 보호 서류는 원칙적으로 1개로 통합한다.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와 만 80세 이상 조력제도를 하나의 서식에 담고 관련 개인(신용)정보 이용 동의도 여기에 포함한다. 특정금전신탁 상담확인서나 집합투자증권 종목등록 확인서와 같이 계약 체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서류에 대해서는 폐지를 권고하기로 했다.
덧쓰기 문구는 투자위험 등급과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 조기상환·환매 불가 여부 등 필수 단어를 중심으로 정비한다. 금감원은 상품부서가 아닌 소비자보호부 등 독립부서가 소비자 작성 서류에서 불필요한 항목의 삭제 필요성과 기재사항 변경의 적정성을 소비자 관점에서 검토하는 내부통제 절차를 갖추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투자자 정보를 확인하는 단계에서는 비대면 채널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영업점 방문예약 시스템 등을 통해 적합성 진단을 미리 마치도록 안내하고 대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투자자 정보 확인서는 방문 전이나 상담 대기시간에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같은 시점에 동일한 판매직원을 통해 여러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상품별 투자자금 성향이 같다는 점을 확인해 주면 성향 정보를 한 차례만 작성하도록 한다.
설명서 양식 역시 투자 결정과 직결되는 핵심·중요사항을 전면부에 배치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한다. 발생 가능한 불이익이나 유사 상품과의 차이를 먼저 설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중요사항 외 기타사항은 상품 위험도와 소비자의 투자 경험을 고려해 동의를 받아 설명을 간소화할 수 있고 여러 상품에 동시에 가입하는 경우 공통 사항은 한 번만 설명하도록 개선한다. 세부 내용은 올해 하반기 발표할 투자성 상품 설명 가이드라인에 담긴다.
금감원은 서류 작성·교부와 투자자 정보 확인, 상품 권유·설명 세 단계에서 각각 10분 안팎씩 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방안은 법령 개정이 아니라 업권별 자율규제 정비와 금융회사 내규 반영, 전산 개발을 거쳐 내년부터 회사별로 시행된다. 개인(신용)정보 동의서와 주요내용 설명 확인서, 적정성 판단 보고서처럼 개별 법령이 기명날인이나 서명을 요구하는 서류는 일괄서명 대상에서 제외돼 별도로 서명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별 이행계획을 확인하는 한편 주요 판매사와 함께 개선안을 반영한 모의 가입절차를 진행해 추가 보완 사항을 발굴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