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 갖춰지지 않은 도로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망사고 10건 중 3건은 보행자가 도로에 누워 있거나 앉아 있어 운전자가 식별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접수·처리 데이터베이스(보상DB)를 활용한 보행 사망사고 분석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접수된 보상DB에 보도가 없는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의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더해 사고 환경과 위험 요인을 함께 살펴봤다.
보상DB에 집계된 전체 교통사고 사망사고는 4057건, 사망자는 4229명이었다. 이 가운데 차 대 보행자 사고가 1561건(38.5%), 사망자가 1575명(37.2%)으로 사고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화재는 이 중 보행자 사망 위험이 특히 높은 '보도가 없는 도로' 사고 가운데 블랙박스 영상이 확보된 105건을 골라 원인을 들여다봤다.
분석 대상 105건 중 32건(30.5%)은 보행자가 차도에 누워 있거나 앉아 있던 이른바 '스텔스보행자' 사고였다. 세부 행동별로는 누워 있던 보행자가 24건으로 앉아 있던 보행자(8건)의 3배였다.
사고는 야간 조명이 부족하고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좁은 생활도로(이면도로)에 몰려 있었다. 도로 폭별로는 3m 이상~6m 미만이 68.8%(22건)로 가장 많았고 9m 이상~13m 미만 12.5%(4건), 6m 이상~9m 미만 6.3%(2건) 순이었다. 도로 폭 9m 미만 구간에서 스텔스보행자 사망사고의 75.0%(24건)가 발생했다. 스텔스보행자를 제외한 나머지 보행 사망사고에서 6m 미만 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38.4%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좁은 길에 위험이 몰린 정도가 뚜렷하다.
차로 수로 보면 양방향 차량과 보행자 통행이 뒤섞이는 왕복 1차로에서 53.1%(17건)가 발생했다. 왕복 2차로가 21.9%(7건), 왕복 4차로가 15.6%(5건)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보행 사망사고에서 왕복 1차로 비중은 24.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생활도로뿐 아니라 일부 지방부·교외 도로에서도 보도 미확보와 조명 부족으로 같은 유형의 사고 위험이 확인됐다.
시간대별 편중도 두드러졌다. 보도가 없는 도로의 전체 보행 사망사고 가운데 야간(19시~다음 날 07시) 발생 비율은 41.0%(43건)였으나 스텔스보행자 사고는 62.5%(20건)가 야간에 일어났다. 비율로는 약 1.5배, 격차로는 21.5%포인트다. 시간대를 좁히면 19~20시가 15.6%(5건), 21~22시가 12.5%(4건)로 높았다.
계절별로는 가을철(9~11월)이 34.4%(11건)로 가장 많았고 겨울철이 28.1%(9건)로 뒤를 이었다. 월별로는 11월이 15.6%(5건)로 가장 많았으며 3월과 9월, 12월이 각각 12.5%(4건)였다. 야외 활동이 늘고 음주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사고가 몰렸다.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6년 4292명에서 2024년 2521명으로 연평균 6.4%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2549명으로 전년보다 1.1%(28명) 늘며 감소세가 멈췄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스텔스보행자 사망사고는 보차혼용 도로에서 운전자의 야간 시인성 부족과 보행자의 위험 상태가 결합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각지대 사고"라며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보도 확보가 최선이지만 도로 폭 확장이 어려운 생활도로에는 조명식 표지판과 스마트 가로등 등 시인성 개선시설을 확충하고 필요한 구간에 방호울타리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로에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보행자를 인공지능이 자동 감지하는 '행동인식 AI CCTV'를 도입해 현장 경고방송을 송출하고 관제센터에 즉시 알림을 보내는 스마트 안전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보행 위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