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0개 은행이 올해 상반기 대학과 병원,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한 출연금이 410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 9조 1190억원의 4.50%에 해당한다.
2일 각 은행이 공시한 2026년 상반기 경영공시에 따르면 출연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으로 1648억원이었다. NH농협은행이 919억원, 하나은행이 486억원, 우리은행이 383억원, KB국민은행이 279억원, iM뱅크가 1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방은행 가운데서는 경남은행이 89억원, 전북은행이 87억원, 부산은행이 59억원, 광주은행이 54억원을 냈다.
순이익 대비 비중으로 보면 순서가 달라진다. 신한은행은 순이익 2조 879억원의 7.89%를, 농협은행은 1조 1808억원의 7.78%를 출연금으로 지출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1조 7550억원의 1.58%로 10개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고 하나은행은 2.51%, 우리은행은 2.81%였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은행들 사이에서도 비중이 다섯 배 가까이 벌어졌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은행이었다. 순이익 735억원 가운데 87억원을 출연금으로 써 11.83%를 기록했다. 다만 전북은행은 공시 주석에서 해당 금액에 대학과 병원, 지자체뿐 아니라 공탁출연금 등 협약출연금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 공시에는 이런 단서가 없어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전북은행 순이익이 전년 동기 920억원에서 20.1% 감소한 점도 비중을 끌어올렸다. 이어 경남은행이 5.73%, 광주은행이 3.69%, 부산은행이 2.96%였다. 지난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는 4.45%였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격차의 상당 부분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수주 실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경영공시상 출연금은 대학과 병원, 지자체 제공분을 합산한 금액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보증기금에 내는 법정 출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최근 수년간 규모가 커진 항목은 지자체 금고 협력사업비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금고 선정 평가 항목에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계획을 포함하고 있으며 은행은 이 항목에 현금 출연 계획을 제시한다.
신한은행의 출연금은 서울시금고 한 곳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 예산은 51조 4778억원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크다.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 1금고 입찰에서 3000억원대 출연금을 제시했고 2022년 재입찰에서도 2600억원대 협력사업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열린 서울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에서는 1금고 973.904점, 2금고 925.760점을 받아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운영권을 지켰다.
농협은행은 광역 1금고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1999년부터 맡아온 경기도 1금고가 대표적이다. 경기도 금고는 일반회계 32조 3000억원을 포함해 40조원 규모로 서울시 다음으로 크다. 농협은행은 세종시와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등의 1금고도 운영하고 있다.
순이익 대비 비중이 가장 낮은 국민은행은 광역 1금고를 한 곳도 확보하지 못했다. 2금고로 부산시를 맡고 있으나 오랜 기간 유지해온 경기도 2금고는 지난해 12월 심의에서 하나은행으로 넘어갔다. 우리은행 역시 광역 1금고가 없다.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0년 넘게 맡아온 서울시금고를 2018년 신한은행에 내준 뒤 2022년과 올해 재도전에서 모두 밀렸다.
지방은행끼리도 편차가 나타난다. 전북은행과 경남은행이 5%를 웃도는 반면 부산은행과 광주은행은 시중은행 하위권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부산은행은 2001년부터 부산시 주금고를 맡아왔으나 출연금 비중은 2.96%다. 현행 약정이 2028년 말까지여서 당분간 재입찰 부담을 지지 않는다.
협력사업비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청도군이 이달 주요 현안사업 검토 보고회에서 공개한 2026년 금고 지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협력사업비는 기존 1억 1000만원에서 1억 3000만원으로 18% 증가했다. iM뱅크도 30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16.6% 늘었다. 청도군 금고 규모는 2948억원으로 농협은행이 2153억원, iM뱅크가 795억원을 각각 관리하고 있다.
행안부 예규는 지자체의 연평균 협력사업비가 전년 대비 20% 이상 늘거나 예치금 평균잔액 대비 연평균 협력사업비가 은행의 순이자마진을 넘어서면 지자체장이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자마진은 전북은행 2.69%, 광주은행 2.42%, 경남은행 1.87%, 부산은행 1.85%, iM뱅크 1.82%, 국민은행 1.76%, 농협은행 1.74%,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각 1.60%, 우리은행 1.51%다.
감독당국과 지자체는 배점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차기 금고 선정에서 협력사업비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낮추고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 배점을 6점에서 8점으로 올렸다. 부산시는 지난 6월 조례를 개정해 예금·대출금리와 지역사회 공헌 실적의 순위 간 점수 차를 5%에서 10%로 넓히면서 협력사업비 순위 편차는 5%로 유지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4년 4월 공공기관 금고 관리 투명성 제고 방안을 통해 협력사업비 배점을 단계적으로 최소화하고 협력사업비 총액을 공개하지 않는 지자체와 국·공립대학에 제재를 포함한 지도·감독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하반기에도 수주전이 예정돼 있다. 인천시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17조원 규모의 시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 제안서를 이달 2일까지 접수해 9월 중 선정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농협은행과 광주은행에 1·2금고를 맡긴 뒤 조례를 제정해 차기 금고를 다시 뽑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