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올렸는데…저축은행 4% 예금 8월에만 81개 줄었다

4% 주는 저축은행 44곳→15곳…SBI·페퍼·다올 등 상위사 발 빼

 

저축은행들이 상반기 내내 벌였던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접으면서 연 4% 이상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이 8월 들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린 데 이어 이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저축은행 수신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18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311개 가운데 연 4% 이상의 최고 우대금리를 제시하는 상품은 32개로 집계됐다. 7월 31일 113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8일 만에 81개가 사라졌다. 우대조건 없이 받을 수 있는 기본금리 기준으로도 105개에서 25개로 줄었다.

 

고금리 상품을 파는 저축은행 수 자체가 대폭 감소했다. 연 4% 이상 상품을 하나라도 취급하는 곳은 44곳에서 15곳으로 줄었다. 이 기간 79곳 가운데 43곳이 최고금리를 내렸고 올린 곳은 5곳에 그쳤다.

 

금리 상단도 주저앉았다. 7월 말에는 SBI저축은행 '정기예금(1년변동금리)'과 청주저축은행 정기예금이 연 4.20%로 나란히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대백저축은행 '애플정기예금'의 연 4.10%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연 4.1% 이상 상품은 25개에서 1개로 줄어들었고 79개사 평균 최고금리는 연 3.81%에서 3.76%로 내려왔다.

 

인하 폭이 큰 곳은 대부분 상위사다. 다올저축은행이 'Fi 리볼빙 정기예금(비대면)' 금리를 연 4.10%에서 3.70%로 0.40%포인트 낮췄고 SBI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OSB저축은행도 각각 0.30%포인트씩 내렸다. DB저축은행은 연 4.05%를 주던 'DB행복열매예금'을 판매 목록에서 아예 뺐다. 자산 상위 10개사 중 연 4% 상품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OK·애큐온·상상인플러스 세 곳뿐이다. 7월 말에는 아홉 곳이었다.

 

수신 경쟁이 식은 배경으로는 증시로 향하던 자금 이동이 진정된 점이 먼저 꼽힌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서며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자 수신 기반을 지키려 금리를 공격적으로 끌어올렸고 6월에는 연 4.6%대 특판까지 등장했다.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예금 이탈 압력이 약해지자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이유도 함께 사라졌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예금이 증시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 탓에 금리를 올려서라도 잔액을 지켜야 했다"라며 "지금은 목표한 유동성을 채웠고 이탈 압력도 줄어 무리하게 높은 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수신 잔액이 회복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8조원대까지 내려갔던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4월 100조 6607억원으로 100조원대를 회복한 뒤 5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반기 만기 도래에 대비해 확보해 둔 자금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조달한 자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정도 겹쳤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 역시 대출 자산을 늘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비싼 금리로 예금을 받아도 운용처를 찾지 못하면 이자비용만 쌓여 수익성을 갉아먹게 된다. 저축은행 수신은 1년 만기 단기 위주로 짜여 있어 조달비용 상승이 곧바로 반영되는 반면 대출금리로 전가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2022년 경험도 작용하고 있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기에 정기예금 금리를 연 6%대까지 올렸다가 이듬해 조달비용 급증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후 업계는 금리 경쟁보다 만기를 분산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대로 금리를 올린 5곳은 모두 중소형사다. 조흥저축은행이 e-정기예금 금리를 연 3.51%에서 3.97%로 0.46%포인트 인상했고 대백저축은행과 대아저축은행이 각각 0.30%포인트, 한성저축은행이 0.20%포인트 높였다. 키움예스저축은행도 회전정기예금 금리를 연 4.05%로 끌어올렸다. 현재 연 4% 이상 상품 32개 가운데 상상인플러스(6개)와 OK(5개)를 제외하면 키움예스·청주·대백·한성·민국·모아 등 중소형사와 지방 저축은행 상품이 대부분이다.

 

한 지방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위사는 자금 여력이 있어 금리를 낮춰도 버틸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붙잡지 못하면 곧바로 유동성에 부담이 온다"라며 "연 4%대를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 중소형사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금금리가 다시 오를 여지는 남아 있다. 한은이 27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시장금리와 은행권 예금금리가 먼저 반응하고 저축은행도 금리 차를 유지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예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특판을 다시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저축은행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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