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 확보 경쟁에 건강보험 러시…손보 '한도 리필', 생보 '완납 후 보장'

DB손보·삼성화재, 10년 지나면 치료비 한도 원상복구
삼성생명, 7년납 도입…납입 끝난 뒤에도 보장 이어져

 

생명·손해보험사가 이달 들어 건강보험 신상품과 신담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같은 월납보험료를 거둬도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 배수가 높은 건강보험에 판매 역량을 몰아온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금융당국이 2분기 결산부터 손해율과 사업비 계리가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상품 구조를 다시 짜야 할 유인도 커졌다. 보수적인 손해율 가정이 반영되면 같은 상품을 팔아도 쌓이는 CSM은 줄어든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는 치료비로 줄어든 보장한도를 일정 주기마다 되살리는 '리필형' 담보를 앞세웠고, 생명보험사는 보험료 납입이 끝난 뒤에도 보장을 이어가는 구조를 택했다. 건강상태와 병력을 잘게 나눠 보험료를 차등하는 설계는 양쪽에 공통으로 깔렸다.

 

시장이 커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 10개사의 유병자보험 보험료는 2년 사이 11조 8000억원에서 17조 8000억원으로 50% 넘게 불었다. 다만 5년차 계약 유지율은 생보 40%대, 손보 50% 안팎에 머물러 한 번 유치한 계약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 손보, 쓴 한도 다시 채워준다

DB손해보험은 이달 기존 건강보험 상품에 암 통합보장과 하이클래스 암 통합보장, 순환계 통합보장, 간·폐·신장 통합보장 등 통합보장 신담보를 탑재했다. 앞의 세 담보는 각각 최대 10억원, 간·폐·신장은 6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보험금 지급으로 줄어든 누적한도는 다음 10년 주기가 시작되면 가입 당시 수준으로 복원된다. 암 통합보장에 10억원을 가입한 고객이 첫 10년 동안 1억 4000만원을 받아 잔여한도가 8억 6000만원으로 줄었더라도 다음 주기에는 다시 10억원을 기준으로 보장받는다.

 

기존 보험에서 치료비 한도를 소진한 가입자를 겨냥한 장치도 뒀다. 세 담보를 각각 2억 5000만원씩 붙여 7억 5000만원을 보강하는 '업셀링 프리패스'인데 자사와 타사의 기존 가입금액을 누적한도 심사에서 뺀다. 회사 측은 연령과 가입 조건에 따라 월 보험료가 1만~2만원대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6일 '온[ON]통보장'을 출시했다. 암과 비급여암, 뇌·허혈성 심장질환, 순환계, 간·폐·신장, 근골격계 등 6개 영역의 치료비를 묶어 관리하고 치료비를 받더라도 10년이 지나면 한도가 회복된다. 유병자에게는 355·365·고당지뇌심 간편고지를 적용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암·뇌·심장질환뿐 아니라 간·폐·신장과 근골격계까지 보장 영역을 넓혔다"라며 "치료 과정 전반에 걸친 보장 수요에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도를 되살리는 방식은 회사마다 갈린다. 흥국화재 '플래티넘 건강 리셋 월렛Ⅱ'는 가입금액 10억원에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뺀 잔액을 한도로 삼고 특약 갱신주기는 20년이다. 이 상품도 자사·타사 기존 가입분을 누적한도에서 빼고 최저보험료 1만원으로 추가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연 단위로 최대 1억원씩 치료비를 반복 지급하는 상품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다. KB손해보험은 암·비급여·순환계 통합치료비를 묶으면서 유병자 가입 조건과 보험료를 손봤다.

 

◆ 생보, 납입 끝나도 보장 이어간다

생보사는 보험료 납입이 끝난 뒤의 보장을 새 경쟁 영역으로 잡았다. 삼성생명은 13일 '삼성 New플러스원 건강보험'을 개정한 '삼성 플래티넘 플러스원 건강보험'을 출시한다. 가입자가 플러스사망보장플랜과 플러스시니어보장플랜, 플러스치아보장플랜 가운데 필요한 플랜을 고르면 보험료 납입이 끝난 이후 플랜별 보험기간 동안 보장을 추가로 받는다. 기존 10·15·20·30년납에 7년납을 더한 것도 이번 개정의 핵심으로 은퇴 전에 납입을 마치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다만 납입기간이 짧아지면 월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종신보험에서 운영해온 사망보험금 연금선지급 전환제도도 들여왔다. 일정 조건을 채우면 사망보험금 일부를 생전에 매월 연금으로 받는데 신청은 1회로 제한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New플러스원 건강보험은 출시 이후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꾸준히 진화해온 대표 건강보험"이라며 "이번 개정으로 원하는 보장 수준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 건강할수록 보험료 깎아준다

건강상태와 병력에 따라 보험료를 가르는 설계도 늘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지난 4일 비갱신 암보험을 내놓으면서 금연 여부와 혈압, 체질량지수(BMI)를 반영해 조건을 채우면 보험료를 최대 35% 깎아주기로 했다. 롯데손해보험은 3대 만성질환 이력이 없는 간편고지 대상자를 위한 'let:simple 간편 고당지 3·6·10 건강보험'을 내놨다.

 

현대해상이 지난달 9일 선보인 '내몸엔(N)맞춤간편건강보험'은 기존 6대 질병 고지 항목에서 간경화증을 빼고 5대 질병 중심으로 구성했고, 암과 뇌·심장질환의 5년 무사고 여부를 따로 적용해 암 유병자형과 뇌·심장 유병자형, 유병자형으로 나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유병자 고객도 건강이 유지된 질병 영역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높은 보장 한도로 가입할 수 있게 설계했다"라고 말했다.

 

내세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DB손보의 30억원은 세 담보를 모두 최대한도로 가입했을 때의 10년 누적한도를 합친 금액이고 실제 보험금은 질환과 치료 종류, 지급 횟수, 회당 지급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리필'과 '리셋'이라는 같은 표현을 쓰지만 가입 당시 수준으로 되돌리는 복원형과 지급 후 잔액을 기준으로 삼는 차감형, 매년 일정액을 다시 주는 방식이 뒤섞여 있다. 보장금액이 같아도 한도가 언제 복원되는지, 납입은 언제 끝나는지, 완납 이후 무엇이 남는지에 따라 실제 받는 돈은 크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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