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비극을 한 모녀의 생존 여정으로 그려낸 영화 ‘한란’이 ‘벡델데이 2026’ 영화 부문 ‘벡델초이스 10’에 선정됐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고 제작 전반을 이끈 하명미 감독은 영화 부문 ‘올해의 벡델리안’ 가운데 제작자 부문에 선정되며 작품과 창작자가 나란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주관하는 ‘벡델데이’는 한국 영화와 시리즈를 통해 양성평등과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조명하는 콘텐츠 페스티벌이다. 매년 성평등한 재현과 새로운 여성 서사를 보여준 작품을 벡델초이스 10으로 선정하고, 감독·작가·배우·제작자 부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창작자를 벡델리안으로 선정한다.
한란은 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피신하던 중 생이별한 엄마 아진(김향기)과 여섯 살 딸 해생(김민채)이 서로를 찾아 산과 바다를 건너는 생존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이념이나 영웅의 시선이 아닌, 기록에서 쉽게 지워졌던 평범한 여성과 아이의 삶을 통해 바라보며 제주4·3을 새로운 감각으로 복원했다.
하명미 감독은 “제주4·3이라는 역사 속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여성과 아동의 삶을 영화의 중심에 놓고 싶었다. 한란이 성평등한 작품으로 선정되고,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제작 과정도 함께 인정받아 더욱 뜻깊다. 이번 선정이 더 많은 관객이 아진과 해생을 만나고 그들이 상징하는 수많은 삶과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극장 개봉한 한란은 3만 명이 넘는 관객과 만났다. 일본에서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교토 등 주요 도시에서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에 맞춰 개봉해 일부 극장에서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상영 규모가 48개 극장까지 확대되는 등 일본 각지에서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헬싱키 시네아시아 영화제와 피렌체 한국영화제에 초청되고, 뉴욕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7월 2일 넷플릭스 공개 후에는 이틀 만에 ‘오늘 대한민국 TOP 10 영화’ 1위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극장을 넘어 대중적 재발견의 흐름을 이어갔다.
한편 벡델데이 2026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연남장에서 개최된다. 한란은 현재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