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사실상 무위험으로 거둬온 수익 구조에 칼을 대기로 했다.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연 9% 안팎에 이르는 매도대금 담보대출 금리의 적정성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15일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는 "국민이 투자과정에서 불합리하게 느끼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라며 올 하반기 중 공모주 청약증거금 이자 지급, 매도대금 담보대출 금리 적정성 검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 공모신주 우선배정 등 세 가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청약증거금은 공모주를 신청할 때 계약금 성격으로 미리 내는 돈이다. 청약 금액의 50%를 넣어야 하는데, 경쟁률이 높으면 실제 배정받는 주식은 몇 주에 불과하고 나머지 돈은 이틀가량 지나 환불된다. 증권사는 이 기간 투자자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겨 이자를 받지만 투자자에게는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다. 대형 공모주 청약에는 수십조 원이 몰린다.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당시에는 63조 6000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감사원이 2013년 금융소비자 보호 감사에서 증권사가 증거금 운용 이자를 자기 이익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며 금융위에 규정 개정을 통보했지만, 13년이 지나도록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매도대금 담보대출도 도마에 올랐다. 주식을 팔면 대금은 이틀 뒤에 들어오는데, 그사이 급히 돈이 필요한 투자자에게 매도대금을 담보로 빌려주는 초단기 대출이다. 이미 체결된 매도대금이 담보여서 증권사가 떼일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데도 금리는 연 9% 안팎에 형성돼 있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위는 서면보고에서 이를 "과도한 매도대금 담보대출 금리"라고 규정하고 적정성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물적분할 관련 개선안은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이다. 기업이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상장하면 모회사 주가가 떨어져 기존 주주가 손해를 보는 일이 반복돼 왔는데, 앞으로는 자회사가 상장할 때 공모신주를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해 피해를 보전해주겠다는 취지다.
증거금과 담보대출을 둘러싼 구조 자체도 달라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같은 보고서에서 현재 매매 후 이틀인 주식 결제주기를 하루로 줄이는 'T+1' 전환 로드맵을 10월까지 내놓겠다고 했다. 결제주기가 짧아지면 증거금이 묶이는 기간과 매도대금 담보대출 수요가 함께 줄어든다. 금융위는 2027년 중 전환을 잠정 목표로 외환·자본시장 시스템 정비와 외국인투자자 협조 유도를 병행할 계획이다.
세 방안 모두 증권사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증거금 이자와 담보대출 이자, 청약 수수료는 대형 기업공개(IPO)가 몰리는 해에 증권사 리테일 부문의 쏠쏠한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금융위는 하반기 중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