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운용사서 과장광고 빈번"…500조 ETF 시장에 금감원장 경고장

이찬진 원장, 13일 20개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 개최
운용사 42%는 의결권 공시 '복붙'… "연기금 위탁 평가에 수탁자책임 비중 확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상장지수펀드(ETF) 거짓·과장광고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특단의 자정 노력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업계에 모범이 되어야 할 대형 운용사에서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대형사를 직접 겨냥했다.

 

순자산 500조원을 넘어선 ETF 시장의 외형 성장에 비해 투자자 보호와 수탁자책임 이행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과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 등 20개 자산운용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 자체는 의결권 행사·주주권 행사 체계 점검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지만 원장 발언의 상당 부분은 ETF 시장 질서에 할애됐다.

 

ETF 순자산총액은 2022년 말 78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297조 1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5월 말에는 507조 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3년 반 만에 여섯 배 넘게 커지며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함께 커졌다.

 

이 원장은 "투자자는 ETF를 직접 선택하는 과정에서 운용사 광고에 주로 의존한다"라며 "광고 제작과 자체 심의 과정에서 정확한 투자 정보가 투자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말했다. 유동성공급자(LP) 증권사와 함께 괴리율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0주 사태'와 관련해 스페이스X 편입을 홍보한 운용사의 과장광고 의혹을 검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이날 발언은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참석한 CEO들 사이에서도 운용사 간 무분별한 '상품 베끼기'는 업계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왔다.

 

의결권 공시 실태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금감원이 올해 285개 운용사를 점검한 결과 121개사(42.4%)가 절반 이상의 의결권 행사에서 '주주총회 영향 미미' '주주권 침해 없음' 등 형식적 사유만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이를 '복사·붙여넣기' 식 공시라고 지적하며 "펀드 의결권 행사와 공시는 운용사가 투자자의 대리인으로서 피투자회사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이행 결과를 보고하는 중요한 창구"라고 강조했다. 공·사모펀드 의결권 행사율이 2024년 79.6%에서 올해 91.8%로 높아지고 반대율도 같은 기간 5.2%에서 8.2%로 오르는 등 양적 지표가 개선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주주권 행사가 운용사의 수주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이 원장은 "최근 국내 연기금의 위탁운용사 평가 시 수탁자책임 활동에 대한 평가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라며 전담조직과 수탁자책임위원회, 성과지표(KPI) 등 내부통제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CEO가 직접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수탁자책임 활동이 부실한 운용사는 앞으로 연기금 자금 유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금감원은 올해 주주권 행사 체계 점검에서 삼성·NH아문디·VIP자산운용을 모범사례로 선정했다. 미래에셋·교보AXA·트러스톤·신영자산운용은 지난해에 이어 양호 평가를 받았고 한국투자·KB자산운용은 뚜렷한 개선을 이룬 곳으로 꼽혔다.

 

금감원은 7~8월 중 공·사모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공시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점검 기준과 미흡·모범 사례를 안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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