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원작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법한 걱정을 안고 출발한 작품이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35억 뷰를 기록한 이동건 작가의 동명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난 6월 3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웹툰은 물론, 배우 김고은이 유미를 연기한 드라마가 시즌3까지 이어질 만큼 큰 사랑을 받았던 인기 IP(Intellectual Property)다. 그만큼 무대 위에서 세포들을 어떻게 구현할지, 512화의 방대한 원작을 150분 안에 어떻게 압축해 기승전결을 만들지, 뮤지컬만의 넘버와 서사를 어떻게 녹여낼지, 그리고 '김고은의 유미'로 각인된 캐릭터 이미지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이런 우려는 기우였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유미의 시점'이 아닌 '전지적 세포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방식이다. 덕분에 모든 세포가 저마다의 개성과 존재감을 드러내며 살아 움직였다. 크고 작은 배역의 구분도 크게 의미가 없다. 각 캐릭터에게 독무대에 가까운 순간이 주어지고, 모두가 기회가 왔을 때 주인공처럼 무대를 채웠다.
일반적인 창작 뮤지컬이 주연과 일부 비중 있는 조연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앙상블이 배경을 채우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면, 유미의 세포들 속 세포들은 모두 극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모든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안정적인 가창력까지 갖추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여기에 객석을 '관객 세포'로 설정해 자연스럽게 호응을 유도하는 연출까지 더해져 공연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그중에서도 견습 세포 109 역의 최재림과 사랑 세포 역의 유리아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두 배우가 한 공간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듯 노래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무대 안으로 끌어당겼다.
유미 역 김예원의 가창력은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극 전체를 이끄는 안정적인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그 빈틈을 충분히 메웠다. 관객들이 끝까지 유미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던 힘은 김예원의 탄탄한 연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 역시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의 큰 강점이다. '주인공', 'One-O-Nine', 'I am the prime', '째깍째깍', '다시 써보는 페이지, 탭탭', '하나의 우주' 등 한 번만 들어도 귀에 남는 중독성 있는 넘버부터 감정을 깊게 울리는 넘버까지 총 25곡의 넘버가 다채롭게 이어졌다. 여기에 디스코, 발레, 탭댄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안무가 더해져 듣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다. 무대 전체가 물속에 잠긴 듯한 장면, 별이 쏟아지는 듯 객석까지 비추는 조명 효과, 최신 LED 기술을 활용한 영상, 배치와 결합으로 구성한 유닛형 무대는 공연이 가진 상상력을 한층 확장했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원작에는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 '109 세포'의 등장은 뮤지컬만의 차별점으로 작용했다. 사랑보다 자신을 먼저 아끼는 법을 배우는 유미의 성장을 상징하는 109 세포와 사랑 세포의 대립과 화해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마지막까지 109 세포의 진짜 이름을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 역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커튼콜 역시 기존 뮤지컬과는 다른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보통은 조연부터 주연까지 차례로 대표 넘버를 선보이며 관객의 환호를 끌어내는 방식이 익숙하지만, 유미의 세포들은 배우들이 모두 함께 무대를 채우며 노래를 이어간다. 경쟁보다 함께 만들어낸 공연이라는 인상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며 감동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공연을 보는 150분 동안 웹툰도, 드라마도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샘컴퍼니와 스튜디오N이 5년간 전략적인 협업 프로젝트를 갖고, 프리뷰 쇼케이스로 검증을 거쳐 뮤지컬의 언어로 완성한 덕분으로 보인다.
유미의 세포들은 원작의 인기에 기대기보다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뮤지컬 관람 내내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했고, 인터미션과 뮤지컬 종료 후 관객들 사이에서는 "정말 잘 만들었다",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다", "배우 모두 노래를 잘해서 불안하지 않았다", "다른 페어도 또 보고 싶다" 등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유미의 세포들은 다음달 23일까지 CJ토월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