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 모녀가 무료 망고 케이크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 초대돼 행사장을 찾았다. 케이크를 굽던 자리에서 협찬사 담당자로부터 "적금보다 목돈 마련에 유리하다"는 설명을 듣고 종신보험에 가입했는데, 뒤늦게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무료 체험 당첨 문자 발송 이력과 적금보다 유리하다고 잘못 설명한 녹취가 남아 있어 계약은 취소됐고 낸 보험료도 돌려받았다.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을 살펴보면 이런 사례가 최근에도 잇달아 확인된다. 원데이 클래스뿐 아니라 베이비페어와 웨딩박람회 부스, 사내 재테크 교육 뒤 이어진 상담, 심지어 예·적금을 취급하는 농·축협 창구에서까지 종신보험을 저축이나 목돈 마련 상품처럼 소개하며 권유하는 경우가 이어진다. "재테크 목적에 맞는 확정금리 상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웨딩박람회장에서 가입한 예비 신부, 사내교육 뒤 절세·상속 상품으로 안내받은 회사원, 은행 적금과 유사하다는 설명에 가입한 25세 직업군인의 사연이 여기에 해당한다. 종신보험은 생명보험 불완전판매 민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종신보험이 저축과 갈리는 대목은 상품 구조에 있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려고 만든 보장성 상품이다.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망 위험을 대비하는 위험보험료와 설계사 수수료·운영비 같은 사업비를 먼저 뗀 뒤 남는 돈을 적립하는 만큼, 같은 금액을 부어도 실제 쌓이는 원금은 저축성보험보다 적다. 중도에 해지하면 낸 보험료보다 돌려받는 돈이 적은 경우가 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금으로 전환하는 특약도 사망보장을 포기하고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삼는 구조라, 처음부터 연금상품에 든 경우보다 수령액이 낮게 나온다.
최근 인기를 끄는 단기납 종신보험도 이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5년이나 7년만 부으면 10년 뒤 원금의 120%대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홍보로 저금리 시대 대안처럼 소개되지만, 이 환급률은 '납입을 완료하고 10년을 유지한다'는 두 조건을 모두 채워야 성립한다. 상당수 상품이 무·저해지 환급형으로 설계돼 납입기간에 해지하면 낸 돈의 절반도 못 건질 수 있다. 약관대출을 받거나 보험료 납입을 잠시 멈춰도 최종 환급률이 예시보다 크게 낮아진다. 지난해 초 130%대까지 올라갔던 환급률은 금융당국 개입으로 120%대로 낮아졌고, 올해 들어서는 대형 생보사들이 환급률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원금 100% 보장이나 보장 설계 완성도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목돈 마련이나 노후 준비가 목적이라면 저축성보험이나 연금저축이 구조상 맞고, 일정 기간만 사망 보장이 필요하다면 보험료가 저렴한 정기보험도 대안이 된다. 종신보험 가입을 권유받았다면 상품설명서 첫머리에 '보장성보험'이라고 적혀 있는지, 해피콜 답변을 유도받지는 않는지 챙겨보고 상담 녹취와 문자메시지, 안내자료를 남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가입했더라도 보험증권을 받은 날로부터 15일과 청약한 날로부터 30일 가운데 먼저 도래하는 시점까지는 별도 이유 없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