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하루 두 배로 좇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코스피를 사흘 새 급락과 급반등, 다시 장중 급반전 사이로 내던졌다. 지난 2일 7.89% 폭락해 7648.09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이튿날 5.76% 뛰어 8000선을 되찾았다. 6일에는 삼성전자 실적 기대에 장중 8300선을 밟았지만 상승분을 반납하고 전 거래일보다 0.46% 내린 8051.33에 마감했다.
2일 급락에서 두드러진 것은 일본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었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를 똑같이 반영한 닛케이225지수가 오후 들어 0.81% 더 내리는 데 그친 반면 코스피는 오후 2시 이후 낙폭만으로도 닛케이의 네 배를 넘었다. 하루 등락을 두 배로 증폭시키는 레버리지 상품이 대형 반도체주 쏠림과 맞물리면서 지수가 두 종목 주가에 통째로 끌려다닌 결과다.
삼성전자는 7일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89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0.3% 늘었다고 잠정 공시했다. 시장 전망치(84조 1606억원)를 6.2%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다. 매출은 171조원으로 129.3% 늘었고 한 분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43조 6011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며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심화한 결과로 반도체를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전사 이익을 사실상 끌어올렸다. 다만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89 수준까지 올라 실적 호재가 나와도 레버리지發 급등락은 이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10일 미국 나스닥에 예탁증서(ADR)를 상장한다.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맞추려고 매일 장 마감 무렵 목표 노출도를 다시 짠다. 기초자산이 오르면 노출을 늘리기 위해 현물과 선물을 더 사들이고 내리면 그만큼 내다 판다. 주가가 크게 움직인 날일수록 종가 부근에서 채워야 할 조정 물량이 불어나는데 그 매매 방향이 그날 주가가 간 쪽과 같다 보니 등락을 키우는 쪽으로 작동한다.
파생시장에서 '숏감마(short gamma)'로 불리는 이 구조가 대형 반도체주 쏠림과 겹치면서 작은 악재에도 매도가 크게 부풀려졌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2일 급락이 유독 장 막판에 몰린 것이 그 근거로 꼽힌다.
정규장 종료 시점까지 1146억원에 그쳤던 기관 순매도는 마감 동시호가 물량이 반영되면서 2조 825억원으로 불어났다. 거꾸로 SK하이닉스가 10.88% 급등한 3일에는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 그 두 배가량 뛰어오르며 반등 폭을 키웠다.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이 얼마나 몰렸는지는 회전율에서 드러난다.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지난달 상장좌수 기준 평균 회전율은 100.39%로 전체 ETF 시장(37.47%)의 2.7배에 가까웠다. 상품 전체가 하루에 한 번꼴로 손바뀜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쌓인 초단타 물량은 2일 급락에서 손실로 돌아왔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7종의 평균 하락률은 47.95%로 일주일 만에 원금이 반 토막 났고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7종도 37.79% 빠졌다.
기간을 한 달로 넓히면 SK하이닉스가 7.45% 내리는 동안 관련 레버리지 상품은 31.45% 떨어져 기초자산 낙폭의 네 배를 웃돌았다. 이후 이틀 반등으로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하루 단위로 배율을 맞추는 구조 탓에 급등락을 반복할수록 원금이 깎이는 음의 복리 효과는 그대로 남아 있다.
개인은 급락장에서 저가 매수로 맞섰다가 반등하자 차익 실현으로 돌아섰다. 이달 1~2일 이틀간 삼성전자를 3조 6746억원, SK하이닉스를 4조 5627억원어치 사들이며 외국인이 쏟아낸 매물을 받아냈지만 지수가 반등한 3일에는 순매도로 방향을 틀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규모도 사상 최대로 불어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하루 평균 35조 9418억원으로 1분기(31조 126억원)를 웃돌았고 주식담보대출까지 더한 빚투는 하루 평균 62조원에 육박했다. 급락이 다시 찾아오면 담보가 부족해진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연쇄로 터질 수 있는데 지난달 23일 코스피가 10% 가까이 빠진 다음 날 강제로 처분된 개인의 반대매매는 1107억원으로 전 거래일(424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부작용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뒤늦게 제도 손질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8일 SK하이닉스 주가가 8% 빠졌는데도 관련 상품이 50%가량 뛴 채 마감한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사고처럼 실제 가치와 거래 가격이 벌어지는 괴리율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동성공급자(LP) 평가를 강화하고 기본예탁금(1000만원) 상향과 투자자 교육을 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런 조치로는 이미 들어온 투자자의 초단타 회전 거래를 직접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부터 20일 일정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투자자 보호 감사에 들어갔고 이찬진 금감원장은 "급하게 준비한 것은 맞다"라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동성의 책임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하나로 돌리는 진단이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 종목의 변동성 확대에 리밸런싱 거래가 일부 작용했다고 보면서도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더 큰 폭으로 뛴 점과 중동발 물가 상승 압력, 글로벌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함께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주식워런트증권(ELW)과 선물·옵션이 인기를 끌던 시절 당국이 투자자 보호장치를 촘촘히 죄자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던 전례를 들어 출시 한 달여 된 상품을 서둘러 손보는 것이 또 다른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논란은 상품을 넘어 정책 설계로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 등 해외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며 시행령까지 고쳐 이 상품을 들여왔지만 원-달러 환율 방어나 자금의 국내 회귀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외국인은 상반기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약 148조원을 순매도하며 빠져나갔고 그 빈자리를 개인과 레버리지 자금이 메웠다.
여기에 고위험 상품은 시행령까지 고쳐 들여오면서 성장기업의 코스닥 상장 유지 요건은 되레 높였다는 비판까지 겹쳤다. 한국은행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낸 서면 답변에서 두 종목의 쏠림이 이미 큰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 자금이 한 방향으로 몰리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상장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