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다시 1520원대로 올라서고, 사상 최고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는 잦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두 시장(환율·증시)을 동시에 흔드는 공통 변수로 '리밸런싱'이 지목된다.
비중이 불어난 부분을 규정대로 되돌리는 이 기계적 조정이 외국인의 원화 매도를 통해 환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안에서도 작동하며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인 11일 이후의 비중 조절 매물을 예고하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내다 파는 행렬이 멈추지 않으면서 환율은 다시 위로 방향을 틀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원 오른 1524.2원에 마감했다. 8~9일 1510원대로 잠시 내려앉았다가 사흘 만에 반등한 것이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7717억원을 순매도해 매도 행보를 23거래일째 이어갔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순매도액만 118조원을 넘는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며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진 점도 위험 회피 심리를 촉발했다.
환율을 밀어 올린 메커니즘은 정부 설명에서 규모가 드러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취임 당시 2300조원이던 코스피 시가총액이 6300조원 수준까지 불어나 외국인 평가액이 1200조원가량 늘었고, 상반기 매도분 110조원의 10%가량을 리밸런싱 차원에서 정리하며 환전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같은 진단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지금 환율은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 펀드 입장에서는 펀드 안에서 대한민국 보유물 비중이 갑자기 커졌다"라며 "내부 리밸런싱 비중을 지켜야 되므로 팔게 되는데, 이때 팔고 나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니 수요가 커진다"라고 했다. 이어 "이 부분이 가장 크다고 보는데, 지속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균형을 맞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매도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외국인 지분율은 삼성전자가 50.3%에서 47%로, SK하이닉스가 53%에서 51%로 낮아졌다. 당국은 구두 개입과 미세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10%에서 15%로 높여 달러 매도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9일 외환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관계기관이 투기적 거래나 시장 교란 행위가 있었는지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10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을 대상으로 외환공동검사에 착수했다. 다만 외환당국은 달러 조달 비용이 급등하지 않은 만큼 과거 외환위기 때와 같은 유동성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리밸런싱은 환율에만 그치지 않는다. 같은 원리가 증시 안에서도 작동하며, 올해 들어 571% 오른 삼성전기를 둘러싼 수급 변수로 떠올랐다. ETF는 한 종목을 30% 넘게 담지 못하도록 자본시장법이 분산투자 요건을 두는데, 단기 급등한 종목은 가만히 둬도 비중이 한도를 넘어선다.
운용사가 공시한 6월 10일 종가 기준 삼성전기 비중은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가 38.8%, 'HANARO Fn K-반도체'가 35.3%로, 한도를 초과한 상품이 7개에 이른다. 이미 지난 2일에는 이런 비중 조절 우려가 부각되며 삼성전기 주가가 하루 9.58% 떨어지기도 했다.
두 상품은 지수 방법론에 따라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 단일 종목 비중을 25% 이하로 낮추는 정기 변경을 앞두고 있다. KODEX는 6월 15일, HANARO는 6월 17~18일이다. 10일 종가 기준 순자산총액(각각 3조 7828억원, 4조 4154억원)을 감안하면, 비중을 25%로 낮출 경우 두 상품에서만 9000억원 안팎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증권가 추산이다. 실제 규모는 만기일 직전 주가와 순자산에 따라 달라진다. 비중이 25%를 밑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같은 정기 변경에서 오히려 매수 대상이 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모든 대형주가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코스피200 같은 대표지수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이미 34%에 달해, 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려면 30%를 넘길 수밖에 없는 종목은 자본시장법상 예외로 인정받는다. 반도체 같은 테마형 지수만 30% 상한에 맞춰 비중을 조절하는 만큼, 보유한 ETF가 시장 대표지수를 좇느냐 특정 테마를 좇느냐에 따라 수급 영향이 갈린다.
대통령 말처럼 비중이 제자리를 찾으면 매도 압력은 누그러질 수 있다. 다만 조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환율이든 종목이든 한쪽으로 쏠린 매물이 이어진다는 점이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1500원대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외국인 수급 같은 일시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큰 만큼 이를 구조적인 '뉴노멀'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