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풀어 방어했는데도 환율 상승 지속…당국 "필요시 즉시 조치"

5월 말 외환보유액 4269억 9천달러, 8억 8천만달러 감소
4일 원·달러 환율,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1530원대 개장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방어하느라 외환당국이 보유 달러를 풀고 있지만 환율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8억달러 넘게 줄었는데,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외환보유액은 4269억 9000만달러로 전월(4278억 8000만달러)보다 8억 8000만달러 줄었다. 4월 한 달간 42억달러 늘었던 보유액은 5월 들어 다시 감소했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를 비롯한 시장 안정화 조치에 주로 기인했다"라고 설명했다.

 

보유액이 줄어드는 동안 환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4월 말 1476원 10전이던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5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1505원 80전으로 올라 한 달 새 30원 가까이 뛰었다. 5월 8일 1450원 80전까지 내렸던 환율이 이후 줄곧 올라 6월 2일에는 1511원30전을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행사로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환율은 4일 1530원대로 출발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13.6원 오른 1530.0원에 개장했다. 개장 직후 1530.8원까지 올랐다가 곧 1520원대 중반으로 밀렸다. 환율이 1530원을 넘겨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0일(1554.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이다.

 

 

환율 상승에는 대외 요인과 국내 수급이 동시에 작용했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 합의에도 군사 행동을 이어가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불안 속에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큰 한국 통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자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었다.

 

유로·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9선을 넘어서면서, 달러는 원화뿐 아니라 주요 통화 전반에 걸쳐 강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며 매도 대금을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외환시장 달러 수요가 커진 점이 원화 약세를 직접 자극했다. 

 

정부는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한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중동전쟁과 외국인 주식 매도가 겹쳐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비중 조정과 차익 실현을 변동성을 키운 수급 요인으로 지목했다. 구 부총리는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시 즉시 조치하겠다"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현황에 따르면, 자산별로는 유가증권이 가장 크게 줄었다. 미국 국채를 비롯한 채권 등으로 구성된 유가증권은 33억 9000만달러 감소한 3806억 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별인출권(SDR)은 3000만달러 줄어든 157억 8000만달러, IMF포지션은 6000만달러 감소한 44억달러였다. 반면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은 25억 9000만달러 늘어난 213억 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장부가로 매겨지는 금은 47억 9000만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4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79억달러로 세계 12위를 유지했다. 중국이 3조 4105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 3830억달러), 스위스(1조 823억달러), 러시아(7587억달러), 인도(6907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대만(6025억달러), 독일(5992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948억달러), 이탈리아(4561억달러), 프랑스(4494억달러), 홍콩(4421억달러)도 한국을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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