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생명보험회사 6곳 중 5곳의 올해 1분기 본업이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들이 한결같이 꼽은 원인은 예실차로, 실제 보험금이 예상보다 더 많이 지급된 데 따른 결과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신한라이프·NH농협·미래에셋 등 주요 생보 6사 가운데 1분기 별도 기준 보험손익이 늘어난 곳은 교보생명뿐이며 나머지 5사는 모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감소 폭은 미래에셋생명이 80.2%로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는 한화생명(-40.1%), NH농협생명(-26.3%), 신한라이프(-15.8%), 삼성생명(-7.7%) 등의 순이었다.
예실차는 회사가 예상한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지급액의 차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새 국제회계제도인 IFRS17 체제에서 본업 손익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1분기 빅6 보고서를 보면 보험금 예실차는 예상치를 웃돈 보험금 지급으로 대부분 적자였고, 격차는 사업비 예실차에서 벌어졌다.
교보생명은 1분기 보험금 예실차가 -96억원이었지만 사업비 예실차가 263억원 흑자를 기록해 사업비를 예상보다 263억원 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생명은 사업비 예실차가 전년 4000억원 이익에서 250억원 손실로 돌아섰고, 신한라이프는 마이너스 134억원을 기록했다. NH농협생명은 사업비 가정 변경에 따라 사업비 예실차 흑자가 축소되면서 본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교보생명만 본업이 13.3% 늘어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보험금 청구가 늘어도 사업비를 줄이면 예실차 합계가 흑자로 잡히는 구조여서, 보장성·고령자·유병자 상품 라인업을 늘린 효과로 풀이된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역시 4159억원으로 61.6% 급증해 미래 이익 기반까지 두터워졌다.
한화생명은 "음(陰)의 예실차가 이어진 결과"라면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위험 특약 언더라이팅을 강화한 효과로 예실차 폭은 개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본업이 뒷걸음친 5사가 모두 순이익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어서, 본업의 부진을 무엇으로 메웠느냐가 분기 성적표를 갈랐다.
삼성생명의 경우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부채 4790억원이 환입되면서 투자손익이 1조2729억원으로 125.5% 뛰었고, 본업이 7.7% 줄었음에도 분기순이익은 1조2036억원으로 89.5% 급증했다.
한화생명은 투자손익이 437.6% 늘어난 가운데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손해보험·해외법인 등 종속법인이 보탠 순익도 커지면서 연결 순익이 3816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미래에셋생명도 본업이 80% 빠졌지만 투자손익이 5억원 적자에서 586억원 흑자로 돌아서면서 분기순익이 534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방어막이 없던 회사들은 그대로 노출됐다. 신한라이프는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로 금융손익까지 감소하면서 순익이 1031억원으로 37.6% 줄었고, NH농협생명은 투자손익마저 85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하면서 분기순익이 272억원에 그쳤다. 1년 만에 58.2% 급감한 것으로 빅6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교보생명은 결이 달랐다. 분기순익이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 4587억원으로 60.7% 늘었는데, 본업이 13.3% 성장한 데다 투자손익까지 2594억원으로 7.1% 늘어난 결과다. 금리 변동성에 대응한 장·단기 채권 교체 매매와 우량 자산 선제 편입, 주식·대체투자 포트폴리오의 유연한 리밸런싱이 받쳤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일회성 요인이나 투자손익 폭증에 기댄 다른 회사들과 달리 본업과 투자가 함께 자라 만든 성장이라는 점에서 질적 차이가 있다.
회사들이 짚는 예실차 손실의 공통분모는 늘어난 보험금 지급으로, 그 배경에는 의료비 청구 증가가 자리한다. 호흡기 질환 청구와 표적 항암치료비, 실손보험 비급여 청구가 6사 발표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의료비 인플레이션이 분기 단위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미래 이익 곳간은 채워지고 있다. 1분기 말 CSM 잔액은 삼성생명 13조 6000억원, 한화생명 8조 9209억원, 신한라이프 7조 7000억원, 교보생명 6조 6869억원, NH농협생명 4조 5179억원, 미래에셋생명 2조 1500억원으로 6사 모두 전년 말보다 늘었다. 지급여력비율(K-ICS) 역시 6사 모두 금융당국 권고치 130%를 크게 웃돈다.
2분기에는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강화 등으로 본업 환경이 한층 빠듯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한 생보사 임원은 "예실차 부담이 구조적이라면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는 분기에 충격이 그대로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일회성으로 본업 부진을 만회했던 회사들도 이번 분기엔 진짜 실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