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자 증권사들이 일제히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일 12개월 선행 목표치를 7300에서 9000으로 한 번에 1700포인트 올렸다. 같은 날 씨티그룹도 목표치를 7000에서 8500으로 20% 이상 상향했다. 하루 뒤인 8일 대신증권 역시 올해 목표치를 7500에서 8800으로 두 달 만에 다시 올렸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다른 해외 IB들도 이미 숫자를 높여 잡은 상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코스피는 이미 지난 6일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했고, 7일에는 7490.05까지 치솟았다. 지수가 먼저 뛰고 전망치가 뒤따라가는 흐름이다. 지수가 다 오른 뒤 나오는 목표치 상향이 투자자 판단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회의도 적지 않다.
◆ 이틀새 세 차례…어디까지 올렸나
NH투자증권의 9000은 국내 증권사들의 연내 코스피 상단 컨센서스 8400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국내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높다. 12개월 선행 목표치이지만 사실상 연내 목표치를 끌어올린 것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설명이다.
상향 근거로는 △자기자본비용(COE) 상승 대비 빠른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상승률 △유가 상승에도 안정적인 핵심(Core) 물가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안정 등을 꼽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 추정치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라며 "목표치 7300 제시 당시 대비 EPS 전망치가 36% 증가했다"라고 분석했다. 추세 전환 변수로는 'AI 캐즘(Chasm·수요 둔화)'을 지목했다. 대형 IPO 수급 교란이나 미 연준 인사 변수에 대해선 "조정 요인일 뿐 추세 전환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씨티그룹도 목표치를 7000에서 8500으로 올렸다. 피터 리 씨티 연구원은 "강한 반도체 사이클이 유가 부담을 극복하고 있다"라며 주당순자산가치(BPS) 2.1배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 상향 가능성, 정부의 재정 부양책, 밸류업 정책이 근거로 제시됐다. 최선호주로는 삼성전자·유진테크·두산·아모레퍼시픽·APR·파마리서치·효성중공업·엔씨소프트·크래프톤·강원랜드 등이 꼽혔다.
대신증권은 8일 7500에서 8800으로 올리며 "2월 말 이후 이달 6일까지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가 48% 더 올랐다"라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74% 레벨업이 결정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연초부터의 상향 폭도 가팔랐다. 한국투자증권은 1월 4600에서 5650으로, 2월 다시 7250까지 끌어올렸고, 유안타증권도 1월 초 4200~5200으로 상향했다. 해외에선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7000에서 8000으로, 노무라가 7500~8000, JP모건이 8500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 반도체發 이익 모멘텀이 견인
증권가의 논리는 단순하다. 지수가 빨랐지만, 기업 이익은 더 빨랐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EPS는 2월 말 611.6포인트에서 5월 7일 977.8포인트로 두 달여 만에 60% 가까이 뛰었다. 코스피가 7500선을 노크하는 와중에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66배에 그친다. 역사적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핵심 동력은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678.68% 늘어난 339조5123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7배 규모다.
◆ 뒷북 전망치, 실효성 있나
코스피가 7490까지 오른 시점에서 제시되는 '목표 9000'이 투자 판단에 어떤 신호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뜻인지, 아니면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사후 추인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
연초 사정을 짚어보면 이런 의문은 더 커진다.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출발 목표치는 4600, 유안타증권은 5200이었다. 코스피는 1월 22일 이미 5000선을 돌파했다. 출발선 목표치가 한 달도 안 돼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후 증권가의 행보 역시 시장을 선제적으로 짚었다기보다, 지수를 추종하며 숫자를 수정해온 기록에 가깝다.
물론 후행성은 어느 정도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 목표치 산출 공식 자체가 'EPS×적정 PER'인데, EPS는 기업 실적 발표를 따라 움직인다. 시장이 먼저 미래 실적을 가격에 반영해버리면 목표치는 그 뒤를 쫓아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한계가 보고서에 충분히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은 짚어볼 대목이다. 강세장에선 뒤늦게 올리고 약세장에선 뒤늦게 내리는 패턴이 반복돼 왔지만, 변곡점을 미리 짚은 사례는 흔치 않다.
이번 보고서들에 담긴 단서들은 그래서 더 눈여겨볼 만하다. NH투자증권은 'AI 캐즘'을 추세 전환 변수로 지목했고, 대신증권은 "유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100%를 웃돌 경우 실적·매크로 장세에서 역금융장세로의 전환, 경기·실적 정점 통과 시그널이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9000이라는 헤드라인 숫자보다, 흐름이 꺾이는 분기점을 가늠해주는 이런 단서가 투자자에겐 더 쓸모 있는 정보일 수 있다.
이번 일제 상향이 의미를 가지려면 시험대는 다른 곳에 있다. EPS 추정치가 처음으로 하향 전환하는 시점, 그 신호를 시장보다 한발 앞서 포착할 수 있느냐다. 강세장에서 목표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추인에 가깝다. 분석의 본령은 추세가 꺾이는 그 첫 순간에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