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가 22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3주간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된다. 정부가 손실을 일부 떠안고 세제 혜택까지 얹어주는 상품이다. 다만 한 번 들어가면 5년간 자금이 묶인다는 점은 가입 전에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펀드는 국민 돈 5700억원에 정부 재정 1200억원을 더한 모펀드를 만든 뒤, 이를 10개 자펀드로 쪼개 투자하는 사모재간접공모펀드 구조다. 공모펀드 운용은 미래에셋·삼성·KB자산운용 세 곳이 맡는데, 어느 회사 상품에 가입하든 들어가는 포트폴리오는 똑같다.
실제 투자를 굴리는 자펀드는 규모에 따라 셋으로 나뉜다. 대형(1200억원)에 디에스·미래에셋, 중형(800억원)에 라이프·마이다스에셋·타임폴리오·한국투자밸류, 소형(400억원)에 더제이·수성·오라이언·KB 등 10개사가 뽑혔다.
투자처는 반도체·이차전지·수소·미래차·바이오·AI·방산·로봇 등 12개 첨단전략산업이다. 자펀드는 결성금액의 60% 이상을 이 분야에 넣어야 하고, 그중 30% 이상은 비상장기업이나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사에 신규 자금으로 공급해야 한다.
◆ 정부가 손실 20% 먼저 떠안는다…세제 혜택도 파격
이 상품의 핵심은 정부 재정이 손실 방패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각 자펀드에 후순위 출자자로 들어가 손실이 나면 20% 한도에서 먼저 떠안는다. 원금 보장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정부가 충격을 흡수해준다. 운용사도 책임을 나눠 진다. 자펀드 결성금의 1% 이상을 후순위로 의무 출자해야 하고, 성과보수 기준수익률은 5년 누적 30%로 높게 잡았다. 운용사도 그만큼 성과를 내야 보수를 받을 수 있다.
세제 혜택도 만만치 않다. 전용계좌로 가입하면 투자금액에 따라 최대 40%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3000만원 이하는 40%, 3000만~5000만원 구간은 20%, 5000만~7000만원 구간은 10%가 적용되고, 공제 한도는 최대 1800만원이다. 배당소득에는 투자일로부터 5년간 9% 분리과세가 매겨져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도 덜어준다. 총보수는 연 1.2%(온라인 1.0%) 수준. 일반적인 사모재간접공모펀드 보수가 연 1.7~2.3%인 점을 감안하면 꽤 낮은 편이다.

19세 이상이거나 15세 이상 근로소득자라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직전 3년 안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 적이 있으면 전용계좌 가입은 막힌다. 전용계좌 투자 한도는 5년간 2억원, 연간으로는 최대 1억원이다. 세제 혜택을 포기하고 일반계좌로 들어가면 연 3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판매 첫 2주 동안은 전체 물량의 20%인 1200억원을 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 서민에게 우선 배정한다. 다 팔리지 않은 물량은 3주차에 전 국민에게 풀린다.
◆ 5년간 묶인다…유동성 리스크 꼭 따져야
장점이 뚜렷한 만큼 제약도 만만치 않다. 만기 5년의 환매금지형이라서 중간에 돈을 빼는 게 안 된다. 거래소에 상장돼 양도는 가능하지만, 거래가 활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만기까지 묶인다고 봐야 한다. 3년 안에 팔면 그동안 받은 감면세액도 토해내야 한다.
기대수익률에 대해 금융위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라 수익률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재정이 손실을 우선 부담하고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했다. 나혜영 금융위 국민참여지원과장은 "펀드 만기를 5년으로 잡아 회수 기간을 넉넉히 두었고, 국민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첨단산업의 성장 과실을 길게 보고 나누자는 상품이다. 5년 동안 손댈 일 없는 여유 자금이 있고 소득공제 혜택을 알뜰히 챙길 수 있는 투자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반대로 가까운 시일 안에 돈을 써야 하거나 원금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자라면 한 번 더 따져보는 게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