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국악] 퓨전 국악밴드 이날치, '범 내려온다'…국악 성장 가능성↑

 

[라온신문 김소민 기자] 19세기 이전까지 서민과 함께했던 판소리는 일제 강점기 권력자들을 위한 공연으로 변질하며 그 즉흥성과 대중성을 잃어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판소리를 대중음악으로 해석하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인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큰 인기를 얻으며 판소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영상으로 만든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에 서울·부산·전주·목포·강릉·안동의 6개 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판소리, 춤, 관광지의 콜라보레이션인 이 영상은 판소리의 흥겨운 음악과 안무 속에 한국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이 그대로 담고 있으며,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으로 사용되며 전 세계에서 6억 뷰를 돌파했다.

 

유튜브, 드라마, 영화와 같은 한국의 영상 콘텐츠는 한국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한국 관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배경지로 사용된 장소는 해당 콘텐츠를 경험한 시청자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인식되고, 해당 관광지에 대한 이미지 형성 또는 관광 목적지 형성에 영향을 준다.

 

음악, 영화, 드라마와 같은 문화콘텐츠는 외래객의 한국 방문 의도를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주며, K-pop을 바탕으로 한 한류는 경제력 증진, 관광객 유입, 국가인지도 상승에 영향을 준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받아온 한국의 음악 콘텐츠는 BTS, 블랙핑크처럼 현대적인 분위기를 가진 캐릭터의 콘텐츠가 인기를 얻었지만,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기존의 음악 콘텐츠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범 내려온다'는 한국 전통의 정체성을 가진 판소리를 바탕으로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기존 콘텐츠와의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판소리를 활용해 국내 관광을 홍보하려는 노력은 아직 미흡하며, 이와 관련된 연구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 판소리의 매력

 

판소리를 구성하는 3요소로는 소리(昌, 노래), 아니리(白, 말), 발림(몸짓, 너름새 또는 사체)을 들고, 판소리 음악의 3요소로는 성음(음색), 길(음계), 장단(리듬 패턴)을 든다. 이 가운데에서도 여류 명창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록주 명창이 판소리는 결국 '성음 놀음'이나 '목 자랑'이라고 늘 강조했던 것처럼, 판소리에서는 성음을 최고의 덕목으로 친다. 그렇기에 성음은 판소리의 매력 그 자체이자 대중들의 귀를 끄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 볼 수 있다.

 

한(恨)은 단일한 감정이지만 원망(怨望), 자탄(自歎), 비애(悲哀), 정한(情恨)의 복합적인 정감을 갖고 있고, 소망(所望)의 의미까지 가진다. 이는 곧 한국인이 가진 한(恨)의 정서는 인간의 내·외적 고통과 갈등(원망, 비애, 한탄 등)을 마음속으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외부로 분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려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을 풀어내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즉 한국인에게 있어서의 한의 정서는 곧 한의 승화와도 맞닿아있는 지혜로움까지가 그 범위이며 이는 판소리의 정서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판소리에서 ‘한’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요한 정서다. 긴 이야기 속에서 희로애락을 충분히 경험하고 기쁨에 취하고 비애에 푹 젖었다가도 종국에는 이를 풀어내며 끝내는 것이 판소리 다섯 바탕의 사설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전개다. 이는 3시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춘향가 사설의 마지막 부분이 보통 빠르기의 편안한 장단인 중모리에 맞춰 '그 뒤야 뉘가 알랴 어질더질'인 것으로 끝난다는 사실로 갈음할 수 있다. 모든 음악에는 장단, 즉 리듬이 중요하지만, 북을 치는 고수와 노래하는 창자, 두 사람으로만 완성되는 장르인 판소리에서 장단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판소리 장단에는 3박 계열인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4박 계열인 자진모리, 휘모리 등이 있으며 '범 내려온다' 대목은 원래 5박 계열인 엇모리장단으로 부르나, 이날치는 대중성의 확장을 위해 사람의 걸음걸이 속도와 비슷한 4박의 디스코 리듬으로 바꿔 편곡했다.

 

해학은 어떤 대상이든지 간에 증오감 없이 긍정적인 생활 태도를 갖게 해 주는 너그러운 관용의 미소이다. 판소리는 지배 계급과 평민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대표적 예술인데, 사자성어가 가득한 어려운 사설부터 다양한 비속어까지 넘나드는, 문학적으로 깊이 있는 예술성이 바로 이 해학과 풍자를 통해 완성됐다. 이는 흥보의 가난이 역설적으로 처리된 것에서 유발되는 해학 등이 돋보이는 흥보가의 박타령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는 ‘범 내려온다’의 가사 일부이다.

 

범 내려온다/범이 내려온다/장림깊은 골로/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은 얼숭덜숭/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누에머리 흔들며/전동같은 앞다리/동아같은 뒷발로/양 귀 찌어지고/쇠낫같은 발톱으로/잔디뿌리 왕모래를/촤르르르르 흩치며/주홍 입 쩍 벌리고 워리렁 허는 소리/하늘이 무너지고/땅이 툭 꺼지난 듯/자래 정신없이 목을/움추리고 가만이 엎졌것다.


위와 같이 가사 자체가 호랑이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통한 해학과 풍자를 그대로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전 세계 6억 뷰를 달성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영상으로 판소리의 매력과 국악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개그맨 출신인 권영찬 커넬대 한국캠퍼스 심리학 교수는 라온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범 내려온다'와 같은 국악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나라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게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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