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예금을 빼고 빚까지 얻어 주식에 뛰어드는 사이 기업은 반기 말 남는 돈을 은행에 넣어뒀다. 6월 들어 가계와 기업의 자금이 정반대로 움직였는데, 개인이 대출을 늘린 때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내려앉기 시작한 무렵과 맞물렸다.
한국은행이 9일 내놓은 '2026년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수신은 28조 8000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이 14조 2000억원, 수시입출식예금이 12조 2000억원 불어나며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계에서는 오히려 돈이 빠졌고, 그 자리를 기업 자금이 메웠다. 한은은 정기예금 증가를 두고 가계예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가운데 대출 재원을 마련하려는 일부 은행이 기업 자금을 끌어들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수시입출식예금 역시 가계 자금이 이탈하는 와중에 반기 말 재무비율을 맞추려는 법인 돈이 들어오며 증가세를 유지했다.
은행으로 돈이 몰린 것과 달리 자산운용사에서는 자금이 빠졌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5월 86조 4000억원 급증했다가 6월 11조 7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반기 말을 맞아 기업과 정부 자금이 회수되면서 MMF에서만 29조 3000억원이 이탈했다. 주식형펀드로 들어온 돈도 5월 58조 8000억원에서 6월 3조 5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개인은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주식을 사들였다.
직접 매수에 동원된 실탄은 상당 부분 빚이었다. 6월 은행 가계대출은 7조 6000억원 늘어 5월(6조 9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이 주를 이루는 기타대출이 3조 3000억원을 차지했다. 기타대출은 올해 1~4월 감소와 소폭 증가를 오가다 5월 3조 7000억원, 6월 3조 3000억원으로 두 달 연속 3조원대 순증을 나타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에도 개인의 주식투자 확대 영향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개인이 빚을 늘린 5~6월은 코스피가 정점을 찍고 주저앉은 국면과 겹친다. 지수는 6월 22일 9,114로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지만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외국인 매도가 겹치며 이달 8일 7,247까지 내려왔다. 5월 말보다 14.5% 낮고 6월 고점과 비교하면 2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5월 48조 9000억원, 6월 57조 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두 달 순매도액만 106조원을 웃도는데, 이 물량을 받아준 쪽이 상당 부분 개인이었다.
낙폭은 개인 비중이 큰 코스닥에서 더 컸다. 코스닥지수는 4월 말 1,192에서 이달 8일 785로 밀리며 두 달 남짓 만에 34% 주저앉았다. 신용으로 사들인 주식은 지수가 내리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될 수 있어 두 달 새 7조원 불어난 기타대출이 하락장에서 손실을 키우는 뇌관이 된다. 박 차장도 기타대출을 두고 "개인의 주식 투자 상황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6월 주택담보대출은 4조 3000억원 늘어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4~5월 수도권 주택거래가 살아나고 이미 분양한 물량의 중도금 납부 수요가 몰린 결과다. 박 차장은 수도권 집값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다 거래량도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어 주택 관련 대출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올해 관리 목표에 바짝 다가서면서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 조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