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만원까지 치솟았던 간병인일당 한도 경쟁이 손해율 부담으로 한계에 이르면서 보험사들이 사용액 환급, 간병인 직접 파견, 서비스 결합 같은 다른 설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입원 일수만큼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1세대 정액형 담보의 빈틈을 확인한 업계가 간병보험의 다음 형태를 두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연간 간병인 사용금액의 최대 50%를 돌려주는 '간병인사용입원지원금특약'을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의 핵심 판매 특약으로 밀고 있다. 연간 간병인 비용이 300만원을 넘으면 150만원, 2000만원 이상이면 최대 1000만원을 지급하는 구간별 환급 구조다. 실제 간병인을 쓴 기간의 입원에 대해서만 사용액에 비례해 보험금이 나가기 때문에 입원 사실만으로 정액이 지급되는 기존 일당형과 달리 실지출에 연동된다.
보험금 대신 간병인력 자체를 제공하는 방식도 힘을 받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간병인지원일당은 보험사가 간병인을 직접 파견하는 담보로 가입자가 간병인을 구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절차를 덜었다. 메리츠화재는 60세 남성 기준 월 2만 8580원으로 경쟁사보다 25%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이 담보를 이달 판매 전략의 전면에 세웠다. 삼성생명은 담보가 아닌 부가 서비스로 접근해 일정 보험료 이상 건강보험 가입 고객에게 질환 진단 후 입원 간병인과 가사도우미 등을 총 10회 제공하는 건강케어 프로그램을 판매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보장 기간을 늘린 설계도 눈에 띈다. DB생명은 건강·간병 통합보험에 자사 최초로 365일 간병인 보장을 실었고 현대해상도 하루 20만원을 최장 365일까지 지급하는 간병인사용일당을 상반기 인기 담보 1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정액 일당의 한도 경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KDB생명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간병인사용일당(요양병원 제외) 한도 20만원을 앞세워 판매 중이고 하나손해보험은 오는 10일까지 가입 건에 한해 한도를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다. 다만 업계 최고 한도를 유지하던 DB손해보험이 지난 5월 일반병원 기준 한도를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내리는 등 큰 방향은 조정 쪽에 가깝다.
설계 변화의 배경에는 정액형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삼성화재, DB손보,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등 5개 손보사의 간병인사용일당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말 기준 2조 844억원까지 커졌지만 보험금 지급이 그보다 빠르게 늘었다. 특히 일당 20만원 이상 고보장 구간에서는 판매 1년 만에 받은 보험료보다 많은 보험금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액 일당은 실제 간병비 지출과 지급 보험금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고 환급형과 파견형은 실지출 연동과 인력 직접 제공을 통해 이런 약점을 설계 단계에서 보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입자라면 유형별 특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며 “간병인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사용일당형은 간병비 상승분이 보장액에 반영되지 않는 부담이 있고, 지원일당형은 파견 신청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급형의 경우 실제 사용 기간에 해당하는 입원만 보장되고 하루 25만원의 사용금액 한도가 적용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라며 “어느 유형이든 배우자 등 가족을 간병인으로 쓴 경우는 보장에서 제외되는 상품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