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사기에 가담한 보험설계사 24명을 무더기로 제재했다. 적발된 설계사가 소속된 보험대리점과 보험사만 15곳, 공개된 제재 공개안은 16건에 이른다. 보험을 파는 사람이 보험금을 가로채는 사기에 직접 발을 담갔다가 줄줄이 덜미를 잡혔다.
금감원은 지난 18일자로 이들을 제재했다. 24명 모두 보험업법이 정한 보험업 종사자의 보험사기 연루행위 금지의무를 어겼다.
제재 수위를 보면 설계사 등록이 취소돼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된 사람이 8명이고 신규 보험모집 업무가 180일 정지된 사람이 9명, 90일 정지된 사람이 7명이다. 이들이 직접 빼돌렸거나 빼돌리도록 도운 보험금은 4억 8300만원가량이며 적발돼 미수에 그친 금액까지 합치면 5억 4000만원을 넘어선다.
소속사를 보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든 대형 보험사든 가리지 않았다. 지에이코리아와 인카금융서비스, 리더스금융판매, 글로벌금융판매 같은 대형 GA 소속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대형 보험사 전속 설계사도 명단에 포함됐다. 한 회사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곳은 인카금융서비스로, 무려 6명이 한꺼번에 걸렸다.
수법은 입원 기간을 부풀리는 고전적 방식부터 고의로 사고를 내는 강력 범죄까지 폭이 넓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입원하지 않았거나 잠깐 입원하고선 기간을 늘려 보험금을 타내는 식이었다. 에이티에셋 소속 설계사는 낙상으로 다쳐 2주 입원이면 충분했는데도 24일을 입원해 893만원을 받아냈고 흥국화재 설계사는 뇌혈관 질환을 이유로 7일이면 될 입원을 22일로 늘려 12개 보험사에서 2237만원을 챙겼다.
금액이 가장 크게 불어난 쪽은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사례였다. 인카금융서비스 설계사 6명은 공모자들과 짜고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뒤 다친 정도를 부풀리거나 상대방 과실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모두 2억 522만원을 빼돌렸다. 엠에스 소속 설계사는 공모자에게 고의 사고를 내게 한 다음 진짜 사고가 난 것처럼 신고해 9866만원을 가로챘다.
엑셀금융서비스 설계사가 보여준 수법은 더 노골적이었는데, 빌린 적 없는 렌터카를 대여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가 하면 차량을 일부러 개천에 빠뜨려 우연한 사고로 둔갑시키는 식으로 10개 보험사에서 3784만원을 받아냈다.
도수치료 횟수나 진료 날짜를 손보는 수법도 잇따랐다. 한화손해보험 설계사는 도수치료를 30회 받은 것처럼 청구했지만 실제 도수치료는 6회뿐이었고 나머지 24회는 비만관리 시술이었다. 삼성생명 설계사 한 명은 도수치료를 받지 않은 날짜가 적힌 허위 진료확인서로 428만원을 받았고 또 다른 삼성생명 설계사는 진료확인서를 변조해 실손의료비를 청구했다가 회사 자체 조사에서 들통나 미수에 그쳤다.
죄질이 가장 무겁게 비치는 사례는 병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시킨 경우다. 지에이코리아 설계사는 친동생이 뇌종양을 진단받은 사실을 알고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채 동생을 피보험자로, 아들을 수익자로 세워 보험에 들게 했다. 그 뒤 동생이 뇌종양으로 숨지자 사망보험금 1000만원을 청구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