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서 주담대로…은행 '대출 빗장' 전방위로, 실수요자 막막

  • 등록 2026.06.24 08: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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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활황에 빚투(빚내 투자) 수요가 몰리자 신용대출을 조이기 시작한 은행들이 이제 주택담보대출까지 빗장을 걸고 있다. 갈아타기를 막고 모기지보험 가입을 중단하는 방식이어서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가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를 중단하고, 다른 은행 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내주는 대출도 제한한다. 같은 날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도 받지 않는다. 두 상품은 주담대 한도를 매길 때 소액임차보증금, 이른바 방공제 금액을 빼지 않게 해주는데, 가입이 막히면 대출 가능액이 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 그 밖의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줄어든다. 대출모집법인에 배정한 접수 한도 역시 23일부터 지난해 말 수준으로 줄였다. 연초 한시적으로 늘려준 몫을 거둬들인 것이다.

 

주담대 쪽 빗장을 가장 먼저 건 곳은 농협은행이다. 지난달 20일 MCI를 막은 데 이어 이달 초 MCG까지 중단해 모기지보험 가입을 통째로 닫았고, 15일부터는 주담대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깎아 실제 금리를 올렸다. 대출모집인 몫으로 떼어둔 주담대 한도는 이달 들어 열흘 만에 바닥났다. 농협에 이어 국민은행까지 모기지보험을 닫으면서 실수요자가 방공제만큼 한도를 덜 받게 됐다.

 

코스피가 달아오르며 마이너스통장을 끌어다 주식에 넣는 빚투가 늘어난 게 이번 대출 조이기의 출발점이었다. 국민은행은 16일 일반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원,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묶었다. 하나은행도 12일부터 연소득과 무관하게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마이너스통장 연장 때 미사용 한도를 깎아주던 예외를 없앴다. 신한은행은 약정액 3000만원을 넘는 마이너스통장 가운데 사용률이 낮은 계좌의 한도를 만기 연장 때 최대 20% 줄이고, 일별 접수량이 내부 기준을 넘으면 비대면 신용대출을 받지 않는다.

 

신용대출 빗장을 가장 촘촘하게 짠 곳은 우리은행이다.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핀다·뱅크샐러드 등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신규와 갈아타기를 모두 끊었고, 23일부터는 비대면 신용대출 일별 접수량이 기준을 넘으면 신규 접수를 막았다. 26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는 1억원,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5000만원으로 내려가고, 다음 달부터는 마이너스통장을 연장·재약정할 때 사용률이 10% 미만이면 한도의 10%, 5% 미만이면 20%를 깎는다.

 

인터넷은행도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는 22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2억 4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내렸고,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한도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케이뱅크는 마이너스통장 신규 판매를 한시적으로 멈췄다.

 

은행들이 한꺼번에 빗장을 거는 데는 가계대출 급증이 자리 잡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9일 기준 773조 7856억원으로, 이달에만 3조원 가까이 늘었다. 정책성 대출을 뺀 순증액도 4월 말 이후 6조원에 이르러 올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가액 목표치 4조 3300억여원을 곧 넘어설 형편이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 3000억원 불어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는데, 신용대출이 3조 4000억원 증가하며 이를 끌어올렸다. 금융당국이 고액 연봉자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손보라며 신용대출 자율 관리를 주문한 점도 은행들을 움직이게 했다.

 

은행들이 내세운 명분과 실제 결과는 따로 논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묶으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 공급"을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모기지보험을 닫아 실수요자의 주담대 한도를 깎는 결과를 낳았다. 갈아타기가 막히면서 더 낮은 금리로 옮겨 이자를 줄이려던 기존 차주의 길도 좁아졌다.

 

주담대까지 빗장을 건 곳은 아직 국민·농협 두 곳뿐이어서, 신한·하나·우리은행이 뒤따르느냐가 다음 변수로 꼽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가계대출 증가세를 보면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지난해 1.7%보다 낮은 1.5%로 짜인 데다 하반기로 갈수록 총량 관리가 빡빡해져 대출 문턱은 더 올라갈 공산이 크다.

이성태 stlee@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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