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직원의 노후를 책임지는 사학연금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2026년부터 연금 부담금 수입에 이자(기금 운용 수익)를 더해도 연금 지급액을 감당하지 못하는 '운영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공식 분석이 나왔다.
이는 그동안 쌓아둔 막대한 적립금으로 이자를 받아 연금을 충당해오던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NABO)가 발간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이미 2022년부터 연금으로 들어오는 돈(부담금)보다 나가는 돈(급여)이 더 많은 '수지 적자' 상태에 돌입했다.
불과 2020년만 해도 3천728억원의 흑자(부담금 > 급여)를 기록했지만, 2년 만에 2천218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2024년에는 적자 폭이 1조799억원까지 급증했다. 예산정책처는 이 적자 규모가 2025년 1조4천639억원을 거쳐 2029년에는 3조734억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26년부터다. 2025년까지는 연금 수입(부담금)이 부족해도 기금 운용 이자수익으로 메울 수 있었지만, 2026년부터는 이자수익(약 17조1천330억원)과 부담금(약 37조2천680억원)을 합쳐도 연금 급여(약 55조1천660억원)를 감당하지 못해 약 765억원의 '운영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적자 폭은 2029년 13조7천19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기금 고갈 시점도 정부 전망보다 훨씬 빠르다. 정부는 2048년경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산정책처는 이보다 6년이나 빠른 2042년을 고갈 시점으로 제시했다.
예산정책처는 이자수익으로도 적자를 막지 못하게 된 이후, 기금 원금을 본격적으로 인출해 써야 하는 '재정수지 적자 전환' 시점을 2028년으로 예측했다.
이런 전망 차이는 예산정책처가 2024년 말까지의 최신 실적치를 반영해 정부보다 향후 5년간 지출은 1조6천167억원 더 많게, 수입은 9천215억원 더 적게 보수적으로 추산했기 때문이다.
사학연금 재정 악화의 배경에는 독특한 가입자 구성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사학연금이 사립학교 교원으로 인식됐던 것과 달리, 2024년 말 기준 가입자의 39.1%가 대학병원 직원(임상교수, 간호사 등)이다. 이는 공립학교 교원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설계된 제도가, 이제는 성격이 다른 거대 병원 인력의 노후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26년 운영 적자 발생이 예고된 만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사학연금 가입자의 상당 부분이 대학병원 직원으로 구성되는 등 제도가 포괄하는 대상자가 초기와 달라지고 있다"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단순히 따르기보다 사학연금에 특화된 재정 건전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