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500]백현진, 학수고대했던 날

  • 등록 2024.08.27 11: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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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적 재능’의 소유자라고 해야 할까. 백현진. 영화감독 박찬욱은 그를 가리켜 ‘주저없이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1972년에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다니다 그만둔 이 천재는 가수이자 작곡가이며 화가요 시인이요 연기자다. 여기저기 집적거리는 수준이 아니고 활동 영역 모든 곳에서 뛰어난 경지를 보여준다. 그의 본령은 아마도 미술가이지 싶은데, 밀라노, 빈, 런던, 쾰른 등지에서 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하는 미술상인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올랐다.

 

가수로서는 1997년 장영규와 함께 ‘어어부밴드’를 결성해 '손익분기점'을 내며 데뷔했다. 이듬해 밴드명을 ‘어어부 프로젝트’로 바꾸고 2집 '개, 럭키스타'를, 2000년 3집 '21c New Hair'와 2004년 '참치 월드'를 발매했다. 2014년에는 4집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을 낸다. '학수고대하던 날'은 백현진이 2008년에 낸 솔로 1집 '반성의 시간(Time Of Reflection)'의 두 번째 수록곡이다. 그는 2011년 라이브 앨범 '찰라의 기초', 2019년 솔로 2집 '가볍고 수많은'을 발표했다.(레이블=C&L Music)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4일 만에 집에 돌아온 여자
끝내 이유를 묻지 못한 남자의 사연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 납니다

 

돼지기름이 흰 소매에 튀고
젓가락 한 벌이 낙하를 할 때
네가 부끄럽게 고백한 말들
내가 사려 깊게 대답한 말들이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 납니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 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막창 2인분에 맥주 13병
고기 냄새가 우릴 감싸고
형광등은 우릴 밝게 비추고
기름에 얼룩진 시간은 네시 반

 

중략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 납니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 납니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 납니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 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편집자주] 인디500은 자동차 경주대회가 아닙니다. 인디음악을 골라 듣는 연재 코너입니다. 아티스트를 간단히 소개하고 가사를 읽어옵니다. 음반을 구하기 어려운 작품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개는 유튜브나 각종 포털 등에서 맛보기로라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 인디음악 특유의 개성과 절실함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왕산인 inking@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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